심심한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
Posted 2025. 5. 3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아서라, 말아라대선에 나온 후보 중 하나가 마지막 TV토론에서 선을 넘는 표현으로 빈축을 사더니만, 여론의 압력에 떠밀려 마지못해 사과했다. 그런데 실상은 별로 사과하고 싶지 않은데, 대사를 앞두고 시끄러우니까 대충 한 마디 해 줄게 하는 정도의 속좁은 태도를 보이는 모양새다. 사과는 애시당초 마음에 없고, 또다른 공세로 연결시키는 것 같았다.
그는 구설수에 오르는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이 자주 쓰는 '심심한 사과'를 한다고 했다. 사전의 풀이대로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한(甚深한)" 사과를 했어야 하고, "아주 깊고 정중하게(深深하게)" 사과했어야 하지만, TV 화면을 통해 전달된 그의 사과는 이 단어를 사전이 다르게 풀고 있는 '할 일이 없어 지루하고 따분하게', '음식맛이 조금 싱겁게'를 의미하는 싱거운 사과처럼 보였다.
이런 맹탕 사과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사과할 빌미를 주는 말을 꺼내는 걸 조심했어야 하고, 일단 저지른 다음엔 제대로 수습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하는데, 그는 문제 제기도, 사과 방식도 그저 심심하기만 하고, 정치인으로서의 품격도 영 없어 보였다. 작전과 전략이라 치부하기에는 너무 맹랑해 보이는데, 혹시 자기가 말한 이 한자를 쓸 줄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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