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의 마지막
Posted 2013. 5. 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4월 온 산을 분홍으로 물들였던 진달래가 거의 지고 있다. 사인암 가는 길에도 진달래가
하나 둘씩 떨어져 날리거나 밟히고 있었다. 때가 되면 피었다가 지는 게 꽃들이라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가만 보니 떨어진 모양새에 어떤 리듬이 있었다.
꼭 맞는 건 아니지만 셋 중 둘은 꽃잎이 뒤집힌 채로 땅에 떨어져 있었다. 신기했다.
나무에 달려 있을 때는 당당히 앞을 보여주다가 떨어질 땐 차마 못 보여주겠다는 듯이
뒤집혀 뒷부분을 보여주는 걸까? 아니면 비행기 바퀴마냥 저렇게 떨어져야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면서 아프지 않기 때문일까?
가지에 달려 있던 가운데에 작은 구멍이 뚫려있는 것도 신기했다. 그건 생명줄이었을
것이다. 가지로부터 수액을 공급 받아 활짝 피어나고 비바람에도 버틸 수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줄을 놓아버린 꽃잎은 아래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나 보다.
도대체 얼마나 마지막까지 지키고픈 자존심이길래 이렇게 뒤로 떨어져 있나 했는데,
앞으로 떨어져 있는 걸 찾아보니 그럴 만도 했겠단 생각이 들었다. 도도하고 환한 꽃으로
기억되고 싶지, 쭈글쭈글 말라가는 추레한 마지막은 차마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더디 오는 봄을 기다리게 하다가 온 산야를 분홍으로 물들였던 진달래의 넉넉한 인심
덕분에 올봄도 산에 오르는 즐거움이 컸다. 다른 봄꽃들에 비해 비교적 오랜 시간을 우리
곁에 있어 주었는데, 좋은 기억으로 남겨두고 내 널 다시 기다려 줄 것이다.
하나 둘씩 떨어져 날리거나 밟히고 있었다. 때가 되면 피었다가 지는 게 꽃들이라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가만 보니 떨어진 모양새에 어떤 리듬이 있었다.
꼭 맞는 건 아니지만 셋 중 둘은 꽃잎이 뒤집힌 채로 땅에 떨어져 있었다. 신기했다.
나무에 달려 있을 때는 당당히 앞을 보여주다가 떨어질 땐 차마 못 보여주겠다는 듯이
뒤집혀 뒷부분을 보여주는 걸까? 아니면 비행기 바퀴마냥 저렇게 떨어져야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면서 아프지 않기 때문일까?
가지에 달려 있던 가운데에 작은 구멍이 뚫려있는 것도 신기했다. 그건 생명줄이었을
것이다. 가지로부터 수액을 공급 받아 활짝 피어나고 비바람에도 버틸 수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줄을 놓아버린 꽃잎은 아래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나 보다.
도대체 얼마나 마지막까지 지키고픈 자존심이길래 이렇게 뒤로 떨어져 있나 했는데,
앞으로 떨어져 있는 걸 찾아보니 그럴 만도 했겠단 생각이 들었다. 도도하고 환한 꽃으로
기억되고 싶지, 쭈글쭈글 말라가는 추레한 마지막은 차마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더디 오는 봄을 기다리게 하다가 온 산야를 분홍으로 물들였던 진달래의 넉넉한 인심
덕분에 올봄도 산에 오르는 즐거움이 컸다. 다른 봄꽃들에 비해 비교적 오랜 시간을 우리
곁에 있어 주었는데, 좋은 기억으로 남겨두고 내 널 다시 기다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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