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Design 1 - 시모기타자와 Little Bergen
Posted 2013. 8. 7.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도쿄는 큰데다가 오래되고 국제적 도시라서 볼 게 겁나 많은데,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디자인은 시모기타자와 골목길에 있는 카페 리틀 베르겐이었다. 벽면 간판을 가로로 하나, 세로로 크고작게 세 개를 세웠는데, 단아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딱히 새로울 거 없고, 영어권 도시였다면 어디서나 볼 수 있었을 법한 디자인이었지만, 도쿄의 골목에서 늦은 오후에 만나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위치에 넓이에 모양에 분위기까지 본디 가정집으로 지었을 것 같았는데, 나중에 안을 개조해 간판을 붙이고 영업을 하는 가게가 된 것 같다. 입구를 연두색으로 넓게 띠를 둘렀고, 지웠다 다시 쓸 수 있는 흑판 배너를 벽에 기대 놓았다. 작은 테라스는 햇볕을 막거나 비가 들이치지 않도록 폈다가 말 수 있는 차양을 설치해 놨다.
연두색과 주황색 그리고 흰색 바탕, 이렇게 세 컬러가 차분하고 아늑한 정감을 불러 일으켰고, 손으로 천천히 편하게 쓴 영어와 역시 손으로 가볍게 그린 그림과 선이 한데 어울려 평범해 보이면서도 세련된 디자이너의 감각이 느껴지는 작품이 됐다. 프로 디자이너는 아니겠고, 적당히 감각 있는 아마추어 디자이너의 손끝에서 나왔을 것 같다.
특히 마음에 드는 건, 세로로 배열할 때와 가로로 배열할 때의 공간감이랄까 리듬감이 서로 다르면서도 잘 어울리는 거였는데, 쉬워 보이지만 이런 느낌을 만들어 내기 만만치 않다. 도드라 보이지 않으면서 딱히 흠 잡을 데가 없는 게 이 간판의 수수한 매력 같다. 막상 들어가보진 않았는데, 간판이 주는 인상만큼 차분하고 한가한 카페였을 것이다.
이 카페 옆 건물에 또 다른 카페가 있었는데, 시모기타 노 이에라는 점 카페였다. 동네 이름을 딴, 우리로 치면 신촌 사주 카페 같은 건데, 점을 쳐 주는 건 못마땅했지만 가게 안내판 하나는 잘 만든 집이었다. 다른 디자인적 요소 없이 그저 폰트의 변화만으로 카페를 선전하는데, 묘하게 끌리는 디자인이다.
빨간 벽돌에 붙인 흰색 미니 간판은 이 카페의 특징을 더 잘 드러내려고 한자 점 자를 활용해 레이아웃하고 있다. 점 자의 아래 네모를 집 모양으로 지붕을 슬쩍 올리고, 그 안에 가게 이름을 써놓았는데, 하단을 블랙으로 두껍게 한 다음에 흰색 글자로 콘트라스트를 이루어 강렬하면서도 시원시원해 보인다. 빨간 하트 하나를 배열해 이 집이 젊은이들의 사랑 운세를 봐 주는 집이란 걸 인상적으로 표시해 놓았다. 이런, 앙증맞은 센스쟁이같으니.
점 자의 두 번째 획은 마침 오른쪽을 향하고 있어 오른쪽으로 들어오라는 표시처럼 돼 있는데, 화살표 없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안내 표시 역할을 할 것 같았다. 화살표 밑 한자는 아랫목 오 자인데, 실내에 의자와 테이블을 놓지 않고, 그냥 철퍼덕 편하게 엉덩이 붙이고 앉을 수 있다는 건 아닐지, 혼자 상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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