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도 먹고 간 Buca
Posted 2015. 7. 23.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미국 서부 도시들올해는 코스타를 마치고 산호세 Shiker님 댁에서 다섯 밤이나 머물다 왔다. 원래 계획했던 대로 요세미티나 다른 산에 갔다 오면 앞뒤 하루 정도씩만 묵어 피차 부담이 덜했을 텐데,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치게 됐다(고 아내에게 말을 들었다). 뭐 어쩌겠는가. 이럴 땐 맛있는 걸 사 드리는 방법밖에 없어 주일 저녁을 밖에서 먹자고 하니, 이탈리안 레스토랑 부카(Buca)가 좋겠다고 한다.
이탈리아 분위기를 내는 모조 조각상들이 서 있는 동네 맛집 부카는 미국 전역에 지점이 있는데, 찾는이들이 많은듯 조금 이른 시간인데도 잠시 기다려야 했다. 자리로 안내되니 파스타를 입에 물고, 포크로 빵인지 고기인지를 찍어 들고 있는 약간 게걸스러워 보이는 모나리자 언니를 표지로 한 커다란 메뉴판이 인당 하나씩 들려졌다.
중간중간 대표 메뉴 그림이 나와 있어 잘 모르는 이들도 그리 어렵지 않게 메뉴를 고를 수 있는데, 특이한 것은 자기네 음식은 패밀리 스타일로 나온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가정식으로 나눠 먹을 수 있도록 양이 넉넉해 S 사이즈는 2인 이상, L 사이즈는 4인 이상이 먹을 수 있다고 친절하게 써 놓았다. 음식 갖고 애들처럼 싸우지 말라는 말인데, 맘에 든다.^^
식전 빵이 먼저 나왔다. 빵은 평범했는데, 우리나라 식당들과 달리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를 넉넉하게 담아주어 거의 적시듯 푹 찍어 먹을 수 있었다. 당연히 빵은 원하는 대로 리필해 주며, 버터를 달라고 하자 역시 몇 개 갖다 주었다. 팁 문화가 발달한 미국 식당들에선 이런 서비스 하나하나가 고객에게 각인되는 법이다.
처음에 나온 것은 닭가슴살 요리였는데, 내가 시킨 게 아니어서 자세한 구성은 모르겠지만, 부드럽고 짭짤한 게 우리 입에 잘 맞았다. 베이컨처럼 보이는 건 이탈리아 음식에 많이 들어가는 프로슈토(Prosciutto)라고 한다.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파스타는 가정에서처럼 덜어 먹을 수 있도록 움푹한 보울에 담겨 나왔는데, S 사이즈인데도 정말로 3인분은 족히 돼 보였다. 파스타 면을 물로만 끓이지 않고 올리브유를 넣어 삶은듯 니글니글한 파스타가 입안에서 춤을 췄다.
미시간에서 방학을 맞아 집에 와 있던 대학생 Sam은 따로 라자냐를 시켰는데, 두께가 장난이 아니었다. 내게도 맛 보라며 한 쪽 덜어 주었는데, 켜켜이 좋은 맛이 났다. 저걸 혼자 먹으니(라자냐 좋아하는 나도 겨우 먹을 것 같긴 했다^^), 확실히 우리보다 양이 많은 나라란 걸 알 수 있었다.
조금씩 덜었는데도 접시에 가득이다. 다양한 맛을 경험할 수 있었고, 눈과 입이 즐거웠다. 기름진 요리라 뭔가 한 가지가 있었으면 좋았을듯 싶은데, 우리처럼 피클을 주진 않았다(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먹는 이탈리안 음식은 이들보다 훨씬 담백한데도 피클과 함께 먹는다). 이것저것 잘 먹긴 해도 나도 실은 잘 익은 김치와 맨밥을 비벼 먹으면 딱 좋을 전형적인 한국인 입맛의 소유자란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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