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갈이 <내 이름은 야곱입니다>
Posted 2016. 11. 14.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폴 스티븐스(Paul Stevens)의 『내 이름은 야곱입니다 Down-to-Earth Spirituality, 2003』가 표지를 바꿔 신국판으로 새로 나왔다(죠이선교회출판부, 초판은 2005년). 최근에 한 건 아니고, 2014년 9월이니까 제법 됐는데도 모르고 있었다. 바뀐 표지는 다소 밋밋해 보이던 이전판에 비해 산뜻한데, 타이틀은 요즘 유행하는 납작한 폰트로 작게 붙이고, 마치 쇼핑센터 상품광고처럼 영어 챕터 제목들을 칠판 글씨로 돋보이게 나열한 게 특징이다.
스티븐스는 내가 좋아하는 저자 중 하나 - one of Big 5(존 스토트, 유진 피터슨, 필립 얀시, 고든 맥도날드와 함께) - 인데, 『야곱』은 그가 쓴 십여 권 가운데 가장 쉽고 대중적인 책이다(그렇다고 그의 다른 책들이 어렵다는 건 아니다). 아브라함의 아들 야곱이란 문제적 인물의 생애와 그와 관련한 주변 인물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좀 더 읽기 편하고 흥미롭다는 의미에서다. 개인사를 다루는 인물 이야기만큼 보편적이고, 재미와 호기심을 주는 책도 많지 않다.
40년간 야곱을 탐구해 온 스티븐스는 열정적인 이야기(내러티브) 서술과 서정적인 언어로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만든다. 야곱을 시종 우리와 방불한 사람으로 바라보는데, 쉽게 공감이 된다. 복잡하고 엉망이며, 균형을 잃은 가정에서 자라고 그런 가정을 이루는 야곱을 우리 중 하나라면서, 우리와 같은 연약함, 동경, 갈망, 모호함, 궁핍함이 있다고 설파하는 대목(19면)에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특히 구약성경의 돌아온 탕자라고 진단하는 대목(26면)에선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밑줄이 많이 쳐진 이전판(아마도 다시 산듯한)은 집에 두고서 새 책은 사무실에 두고 다시 읽고 있는데, 여전히 재밌고 다시 밑줄을 잔뜩 긋게 된다. 이전부터 좋았던 구절들도 있지만, 다시 읽으면서 새롭게 다가오는 구절들도 수두룩빽빽하기 때문이다. 그 전에 서너 번은 읽은 것 같은데, 앞으로도 최소한 그만큼은 읽지 않을까.^^ 그런데 바꾼 표지는 맘에 드는데, 정작 본문 디자인은 신국판으로 시원해졌으면서도 인용문을 너무 흐릿하게 인쇄하는 등 이전판에 비해 좀 허술해 보여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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