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을 걸으며
Posted 2011. 1. 10. 00:02,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안 들어가게 되는 곳이 있었는데, 내겐 명동성당이 그런 곳이었다. 우스운
이유겠지만, 개신교인으로서 가톨릭과 성당에 대해 막연하게 품고 있던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난달에 성탄을 앞두고 조성된 것 같은 구유 위에 누운 아기 예수을 찾아와
지난주에 아주 오랫만에 명동성당 구내를 걸었다. 다른 때 같으면 건물
안팎의 구조나 양식에 눈이 갔을 텐데, 그날은 유난히 조각상이 시선을 끌었다.
단순하고 친근한 게, 한국적인 표정과 심성을 반영한 것 같았다. 심지어
가시관 쓰고 못박힌 예수상은 바보 예수를 닮았다.
경배하는 동방박사들을 인형극의 한 장면처럼 꾸며놓기도 했다. 성탄노래 가사로
흔히들 셋으로 잘못 알고 있는 동방박사 수를 잘 고쳐 놓았다. 몇 명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걸 보면, 개신교회들의 밋밋한 장식보다 가톨릭의 형상화가 한 수
위인 것처럼 보인다. 개신교회들은 모든 우상을 배격하는데 몰두한 나머지
안 버려도 될 것까지 내다 버리거나 상실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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