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서 보세요
Posted 2011. 7. 10. 00:28, Filed under: I'm traveling/KOSTA USA
오후의 세미나를 인도하기 위해 유서 깊은 블랜차드(Blanchard) 건물에 조금 일찍 가서 맥북과 교실 프로젝터를 연결하고, 참가자들이 오기 전에 잠시 숨을 돌리면서 교실 밖을 바라보았다. 유리창 프레임을 부분으로 찍으니 느낌이 있는 십자가 모양이다.
창가에 다가서거나 창을 바라볼 짬을 낸다는 건 여유가 있을 때도 있지만, 대개는 여유를 찾기 위해서일 때가 많다.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생각을 다듬고, 잠시 후 펼쳐질 일들을 리허설 하듯 그려볼 때 창은 좋은 친구가 된다.
대개 한두 층 위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밖에선 이런 움직임이나 시선을 알아채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그래서 더욱 창가에선 은밀하고 그윽한 시선을 던지기 십상이다. 아주 가끔 정말 아무 생각없이, 별일없이 멍한 눈길을 보낼 때도 있지만 말이다.
숙소였던 에반스 홀(Evans Hall) 2층 복도 계단에 나 있는 창은 햇살 원형 유리창이어서 갈 때마다 꼭 한두 번은 멈춰서게 된다. 열에 아홉이 네모 프레임인 가운데 아무래도 이런 창은 금세 눈에 띄고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 마련이다. 똑같은 바깥 풍경인데도 이런 창을 통해 보면 조금은 달라보이기도 하고, 조금 멋스러워 보일 때가 많다.
사실은 창의 모양이나 스타일 차이에서 느낌이 온다기보다는 그걸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 상태가 그런 차이를 구별해 낸다고 해야 맞을지 모르겠다. 창가에 좀 더 다가서고, 멈춰 서는 여유를 놓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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