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지탱하려면
Posted 2012. 3. 30. 16:58,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산에 다니다 보면 너무 평탄하기만 한 길은 재미가 없다. 높낮이와 경사가 좀 있고, 풍경도
조금씩 달라지는 곳이 지루하지 않고 운동도 된다. 이렇게 경사가 조금 되는 오르막길에는 대개
계단을 만들어 놓거나 붙잡고 가도록 굵은 밧줄이 매여 있다.
밧줄은 대개는 나무 기둥 사이에 꼭 맞게 뚫은 구멍을 통과하면서 힘을 받는데, 가끔은
주변에 있는 큰 나무기둥을 자연스럽게 이용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매듭이 쉬 풀리지 않도록
동여매야 하는데, 이런 지혜는 볼 때마다 감탄을 자아낸다.
굵은 나무 기둥 대신 좀 더 힘을 받도록 철제 기둥을 세워놓기도 하는데, 사실 이런 건
조금 올드 모델이다. 요즘은 원통형이나 사각형으로 잘 덧씌워놓은 나무 기둥이 대세다.
철제 기둥에 밧줄을 끼워 넣는 링을 고정시키기 위해 용접까지 했던 모양이다.
기둥도 기둥이지만 수십 미터에 이르는 밧줄 길이를 고려해 끝부분을 팽팽하게 조여서
고정시키는 작업도 만만치 읺다. 몇 가지 흔히 보기 어려운 도구들이 사용됐다. 어려서부터
기계류에는 영 관심이 없어 이런 걸 뭐라 부르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밧줄 하나 고정시키는데
다양한 도구와 재료들이 사용됐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새삼 누군가의 수고가 고마워진다.
굵은 밧줄만으로는 안심이 안 됐는지, 간혹 끝마무리 부분에 꽈배기처럼 생긴 철심을
사용한 곳도 눈에 띈다. 철발굽이나 철못도 동원했는데, 어떤 건 설치한 조금 시간이 지났는지
색이 변하고 조금 부식되기도 했다.
요즘이야 거의 밧줄 잡고 오르내리지 않아도 될 만큼 집과 사무실 주변 등산로가 익숙해졌지만,
처음엔 나도 밧줄에 의지해야 했다. 험한 낭떠러지는 아니어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면 마음을 졸이며
발걸음을 늦춰야 했을 구간들에서 묵묵히 소임을 감당하는 밧줄과 그것들을 고정시키며
지탱시켜 주는 것들이 새삼 고마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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