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
Posted 2012. 4. 2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산에 다니다 보면 산에 어울려 보이는 그림도 있고, 조금 안 어울려 보이는 장면도
보게 된다. 가령 여성들 가운데 마스크 정도가 아니라 얼굴을 깊게 벙거지 비슷한 것으로
뒤집어쓰고 귀신이나 도깨비 또는 영화에 나오는 사이비 이교도처럼 하고 다니는 이들을
볼 땐 왜들 저러나 하면서 조금 안스럽기도 하고, 기괴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은 산에서 할만한 일이 아닌 것 같은데,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장면을
볼 때도 있다. 월요일 점심 사인암에서 내려오는 길에 첫 번째 쉼터 벤치에 앉아 책을
보는 이를 만났다. 요 근래 이 산에선 거의 볼 수 없는 - 내가 다닌 시간으로만 국한해서
말한다면 - 자연스런 풍경이었다. 편안한 차림에 목에 수건 하나 두르고 윗주머니엔
물 한 병 찔러넣고 모자는 벗어 손에 쥐고 있었다.
얼핏 보기엔 책 읽는 데 꽤 몰두하고 있은 것 같은데, 어떤 책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근처 집을 나서면서부터 산에서 읽을 책을 골라 집어들었을 것 같다. 안경을 쓴 이이의
산중독서가 10분이 될지 30분이 될지 모르겠지만 - 경험상 2, 30분 정도 되면 땀이 식으면서
일어나 몸을 가볍게 움직여 주어야 한다^^ - 어느 때의 독서보다 집중력이 생겼을 것이다.
모처럼 나온 산에서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이는 그 중에서도 책을 펼쳐든
것일까. 책을 접은 다음 다시 올라갔을지, 아니면 그쯤에서 내려갔을지 알 수 없지만, 그
순간 이이는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했을 것이다.
놓치고 싶지 않은 풍경이었지만, 너무 다가가서 소리를 내면 자칫 이이의 독서흥을
깰 수도 있고 괜히 방해가 될까봐 멀찍이서 급히 대충 한 장 찍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살짝걸음으로 지나쳤다. 조금 과한 기대긴 하지만, 옆에 대학도 있고 하니 종종 이런
풍경을 건질 수 있길 바라면서.
보게 된다. 가령 여성들 가운데 마스크 정도가 아니라 얼굴을 깊게 벙거지 비슷한 것으로
뒤집어쓰고 귀신이나 도깨비 또는 영화에 나오는 사이비 이교도처럼 하고 다니는 이들을
볼 땐 왜들 저러나 하면서 조금 안스럽기도 하고, 기괴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은 산에서 할만한 일이 아닌 것 같은데,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장면을
볼 때도 있다. 월요일 점심 사인암에서 내려오는 길에 첫 번째 쉼터 벤치에 앉아 책을
보는 이를 만났다. 요 근래 이 산에선 거의 볼 수 없는 - 내가 다닌 시간으로만 국한해서
말한다면 - 자연스런 풍경이었다. 편안한 차림에 목에 수건 하나 두르고 윗주머니엔
물 한 병 찔러넣고 모자는 벗어 손에 쥐고 있었다.
얼핏 보기엔 책 읽는 데 꽤 몰두하고 있은 것 같은데, 어떤 책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근처 집을 나서면서부터 산에서 읽을 책을 골라 집어들었을 것 같다. 안경을 쓴 이이의
산중독서가 10분이 될지 30분이 될지 모르겠지만 - 경험상 2, 30분 정도 되면 땀이 식으면서
일어나 몸을 가볍게 움직여 주어야 한다^^ - 어느 때의 독서보다 집중력이 생겼을 것이다.
모처럼 나온 산에서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이는 그 중에서도 책을 펼쳐든
것일까. 책을 접은 다음 다시 올라갔을지, 아니면 그쯤에서 내려갔을지 알 수 없지만, 그
순간 이이는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했을 것이다.
놓치고 싶지 않은 풍경이었지만, 너무 다가가서 소리를 내면 자칫 이이의 독서흥을
깰 수도 있고 괜히 방해가 될까봐 멀찍이서 급히 대충 한 장 찍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살짝걸음으로 지나쳤다. 조금 과한 기대긴 하지만, 옆에 대학도 있고 하니 종종 이런
풍경을 건질 수 있길 바라면서.
'I'm wandering > 동네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똥 (2) | 2012.05.25 |
---|---|
두 개와 네 개 (2) | 2012.04.29 |
어떤 패턴 (4) | 2012.04.25 |
Drawing Collection (2) | 2012.04.23 |
진달래 한창 (3) | 2012.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