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호수 선비묵집
Posted 2012. 5. 1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백운호수를 왼쪽으로 끼고 가다가 갈림길에서 거의 12시 방향 학의동교회 좁은 골목길로 조금 올라가면 식당 몇 개가 있는데, 그 중에 교회 바로 앞에 있는 도토리 음식을 하는 선비묵집을 가끔 간다. 5월도 중순이라 꽃들이 만발해 주차하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날씨만큼이나 마음도 화사해진다.
이 집은 묵밥이나 수제비 같은 단품메뉴도 있지만, 손님들은 대개 세트 메뉴인 정식을 많이 시킨다. 점심에 가는 우리는 주로 정식 B를 시키는데, 쟁반국수와 도토리전, 들깨 수제비가 나오는 만천원 짜리다. 여기에 몇 천 원씩 더 내면 훈제오리와 LA갈비가 곁들여 나온다. 숟가락보다 조금 큰 삼지창 스푼은 막국수 비벼 떠 먹을 때 쓴다.
이미 비벼 있는 쟁반국수엔 양배추 가늘게 채 썬 것과 새싹, 깻잎 등이 고명으로 나와 한 번 더 비벼 먹게 돼 있다. 견과류가 많이 들어 있어 살짝 씹히는 맛이 있고, 파인애플 등 과일 잘게 썬 것도 들어 있어 매콤하면서도 단 맛도 낸다. 2인분인데 조금 적지 않을까 싶지만, 먹어보면 그리 적은 양은 아니다.
쟁반국수와 함께 나오는 도토리전은 다소 허전해 보일 수도 있는 정식 메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이 집의 비장의 무기인데, 파전이나 다른 전들에 비해 아주 얇은 게 특징이다. 피자 조각처럼 먹기 좋게 조각조각 썰려 나와 그냥 먹어도 되지만 국수를 싸 먹으면 아주 딱이다.
전이 다 떨어지거나 살짝 느끼한 맛을 피하고 싶으면 그냥 국수만 먹어도 된다. 도토리 국수라지만, 야채와 다른 고명이 많이 들어가서인지 도토리 특유의 쌉싸름한 맛은 그리 느껴지지 않고, 그냥 괜찮은 막국수 맛이다.
찬은 다섯 가지가 나오는데, 길게 썰어 김과 김치를 얹은 묵과 쫄깃하게 만든 묵에도 당연히 도토리가 들어간다. 찬그릇만큼이나 담백하고 정갈한 맛인데, 김치와 백김치까지 어느 것 하나 맛이 처지지 않는다. 여기에 미역국이 함께 나온다.
국수를 거의 먹었다 싶으면 마지막으로 나오는 게 들깨수제비다. 이미 국수와 전을 먹은 뒤라 반대접이 조금 안 되는 양이지만, 함께 나오는 작은 공기밥을 말아 먹을 수 있어 양이 부족하진 않다. 들깨 국물은 진하지 않고 조금 담백한 편이다.
식사 후엔 석류차와 복숭아티 그리고 커피 등 차 한 잔 하면서 한담이나 정담을 나눌 수 있도록 테라스가 두 개나 마련돼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점심 땐 항상 손님이 가득 차는데, 이 시간에 이런 데 올 수 있는 이들은 물론 대개 여성들이다.^^
카운터 옆엔 비닐봉지에 담은 상추와 쌈채소 봉지가 눈에 띄는데, 2천원씩이라 대개 한두 봉지씩 사 간다. 이 집 텃밭에서 직접 재배하는 건지, 아니면 백운산과 바라산을 끼고 있는 주변이 온통 전원과 텃밭이라 이웃이 하는 걸 위탁판매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두 번 사다 먹어봤는데 싱싱하고 맛이 좋아 퇴근길에 들려 매주 한 번씩 이것만 사 오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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