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 Vegas 3 - Table 34에서 먹은 양갈비
Posted 2012. 7. 15.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Wow! Grand Canyon코스타를 마치고 7월 6일(금) 오후 3시 40분 Southwest 항공편으로 g와 함께 네 시간 떨어진 라스베가스에 도착했다. 미국 국내선은 예약을 서두르고 경유편을 고르면 조금 싼 티켓을 구할 수 있지만, 이런저런 일정을 고민하다가 2백 달러 초반의 직항편을 택했고, 코스타 일정과 굉장했던 더위 탓에 피곤했던 우리에겐 결과적으로 괜찮은 선택이 됐다. 저녁 7시 40분이 되어야 할 시간이 3시간 시차 때문에 4시 40분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러면 뭘 하나, 더위 탓인지 잠시 정신을 놓고 호텔을 잘못 찾아간 까닭으로 원래 예약해 둔 공항 근처의 더불트리 호텔에 체크인을 했을 때는 6시가 넘어 있었다. 힐튼에서 운영하는 이 호텔은 깨끗하고 편했다. 아마도 호텔방에서 묵는 게 처음일 g도 맘에 들어하는 눈치다.
한 바탕 해프닝을 끝내서인지 배가 고팠다. 점심 때 샌드위치 하나 먹고 인디 시간으론 밤 10시가 되도록 아무것도 안 먹었으니 허기가 몰려오는 게 당연했다. 프론트 직원에게 걸어서 갈 수 있는 좋은 레스토랑을 소개 받았는데, Table 34란 식당 이름을 테이블이 서너 개 있다는 말로 잘못 알아 들었다.^^ 멋진 와인바가 있는 훌륭한 식당이었다.
그러고보니 g하고만 밖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것도 아주 오랫만인 것 같다. 코스타에서 중간중간 얼굴을 보고 짧은 대화도 나눴지만 실질적인 부녀상봉 첫 날 저녁이니 좀 근사한 식사를 하고 싶었는데 레스토랑 분위기가 잘 받쳐주었다. 식전 빵은 부드러웠고, 유일한 동양인 손님으로 잘 먹는 우리 테이블 분위기를 살피던 중년신사 웨이터는 눈치껏 리필해 주었다. 팁이 아깝지 않은 써빙이다.
스테이크를 먹을까 하다가 연어구이를 골랐는데, 두툼한 게 맛있었다. 플로리다 학교 식당과 뉴욕 거리에서 자기가 먹던 가격대의 두세 배에 잠시 위축됐던 g는 모처럼 넉넉한 압바의 웃음과 어깨짓에 냉큼 제일 비싼 양갈비를 골랐다. 머리가 좋은 녀석이다.^^
양갈비는 한국의 좋은 호텔에서 여기보다 비싼 가격으로도 반 정도밖에 안 나오는데, 두툼하고 적당히 익힌 먹음직스런 게 네 대나 나와 아주 실했다. 칼질 한 번 해보더니 이내 손으로 잡고 뜯었다. 아주 훌륭한 맛이었다.
로즈마리와도 그러지만 가족의 식사에서는 당연히 서로 Share하는 게 미덕이다. 자긴 뉴저지 이모집에서 연어 많이 먹었다며 사양했지만, 좋은 맛을 느끼게 하고 싶어 한 조각 잘라주었는데, 내겐 한 대 반이나 덜어주었다. 우리만 이 훌륭한 만찬을 즐기는 게 조금 미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g와 좋은 것을 함께하는 게 기분을 업시켜 주었다.
가벼운 해프닝으로 시작한 라스베가스에서의 첫 날 저녁은 여러모로 충만했다. 코스타 일주일간 맛본 은혜와 보람 그리고 대단했던 더위 - 이후에 더 엄청나고 굉장한 더위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전혀 예상 못하다가 톡톡히 당하지만 - 가 가져다 준 누적된 피로가 g와의 맛있는 저녁과 즐거운 대화로 씻기는 것 같았고, 쾌적한 호텔에서 무료에다가 예년보다 빠르게 작동하는 와이파이 덕에 불편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 세상에서 가장 무겁다는 눈꺼풀의 위력을 이겨내진 못했다. 기분 좋은 단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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