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하루여행 1 - 메기매운탕
Posted 2012. 8. 2.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지난 주 목요일 오후부터 27시간, 강원도 정선을 하루여행으로 다녀왔다. 하남에서 출발해 중부-영동-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제천 I/C에서 빠져 국도로 다시 그만큼 달려 강원랜드 옆에 있는 하이캐슬 리조트(쿠팡에서 6만6천원에 결제)에 도착하니 3시간 반.
태백, 영월, 평창, 동해 등과 가까운 정선은 강원도 남동부 내륙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저녁으로 민물매운탕이 먹고 싶다는 로즈마리를 위해 체크인하면서 받은 정선군 브로셔에서 고른 식당은 10분 거리의 사북에 있는 기와집 형태의 범바위 민물집.
식당 앞 수조에는 메기를 비롯해 쏘가리와 잡어들이 노닐고 있었는데, 시골 식당은 주중이어선지 한산했고, 우리 말고 두어 상을 받고 있었다. 매운탕을 먹으러 왔다니까 가시가 많은 잡어 대신 살이 많은 메기 매운탕을 권했다.
대 자는 3만원, 소 자는 2만원을 받았는데, 둘이 먹을 거니까 소 자를 시켰다. 관광지라 내용이 부실하고 비싸기만 하면 어쩌나 했는데 값도 적당했고, 냄비에 끓여내 온 비주얼도 맛나 보이는 게 둘이 먹기엔 조금 많아 보였다.
한강변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강가에서 노닐지 않아 수영도 못하고 민물 매운탕을 즐겨 먹지 않는 나와는 달리 주말낚시를 즐겨하셨던 장인 어른이 잡아온 붕어와 가끔 섞여 있는 메기를 어렸을 때부터 먹어 온 로즈마리는 종종 민물매운탕 간판만 보거나 생각만으로도 입맛을 다신다.
3분 정도 더 끓여 덜어 먹기 시작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맛이 좋았다. 이 집은 된장을 많이 넣어 구수한 맛을 많이 냈고, 수제비와 감자도 넉넉히 넣어 메기 살 발라 먹는 재미에 씹는 맛을 더해주었다.
매운탕은 물고기 외에 고장에 따라 넣는 재료와 방식이 다르고 다양하고 다채롭기까지 해 맛과 기호도 천차만별인데, 우리 입에 잘 맞았다. 일부러 찾아오진 않더라도 근처에 들린다면 찾아가 한 번 더 먹고 싶은 맛이었다.
다 좋았는데, 막판에 중간 크기 가시가 목에 걸렸다. 공기밥을 새로 시켜 씹지 않고 서너 번 삼켜도 시원하게 내려가는 기미가 없다. 주인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럴 땐 날계란을 삼킨다면서 오늘 낳은 알을 하나 갖다 주었다. 입에 달고 배 부르게 잘 먹어놓고 맨밥과 날계란을 삼키려니 고역이었지만, 다행히 그러는 사이에 내려갔다. 휴우! 십년 감수했다.
주문해 놓고 기다리는데 벽에 걸어놓은 4×4조의 족보 없(어 보이)는 시구가 눈에 들어왔다. 자심(自心)이란 글제는 흔히 쓰는 慈心과 달라 돌아와 검색해 보니 사전엔 안 보이고, 성철 스님이 쓰셨다는 불기자심(不欺自心), 즉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말라 정도로 이해됐다. 어쩜 그렇게 인생사를 조목조목 네 자로 잘 말해 놨는지 고개가 끄덕여지고 부끄러워지는 대목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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