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디자인
Posted 2012. 12. 22.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외국에 가면 누구나 시선을 잡아끌고 매혹시키는 것들이 있게 마련이데, 가령 다른 어디서 볼 수 없었던 스펙터클한 풍경이나 경치, 사람들의 다양한 생김새나 패션, 처음 대하는 맛있어 보이는 음식 모양새나 향기 등에 일반적으로 매료되게 마련이다. 나도 특별히 다르진 않은데, 하나 더 꼽자면 글자와 컬러, 그림 등이 어울어진 디자인들에 이상하게 매료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편집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편집자로서 직업적인 관심이 발동해서이기도 하고, 그림을 그릴 줄 모르는 열등감의 발로이기도 할 것이다. 어떻게 이런 폰트를 쓰고, 저런 컬러를 고르며, 그림을 그리고, 재료를 사용해 필요를 어필/자극하면서 공간을 나누고 채우고 활용하는지 부러워지는 것이다.
웰링턴 국립박믈관 겸 미술관 1층에 있는 카페의 벽면에 걸어놓은 커피와 샐러드 등에 대한 광고판은 손글씨와 간단한 그림으로 이 공간의 성격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글씨를 잘 쓰고 못 쓰고보다는 적절한 컬러로 강조할 건 강조하면서 배열을 어떻게 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딱히 생각이 없었더라도 커피 한 잔 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웰링턴 시의 슬로건인 Absolutely Positively Wellington은 어감도 좋거니와 글자도 눈에 잘 띄도록 네모 안에 넣고 이탤릭체로 진취적인 기상을 느끼게 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 해안 도시에선 사람들이 자칫 위축되기 쉽고, 활력을 잃기 쉬운데 도시가 앞장서서 힘 있는 슬로건, 공감이 되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었다.
보는 순간 눈에 띄어 찍어놓고도 나중에 사진으로 보면서는 막상 어디서 찍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는 것들도 왕왕 있는데, 뭘 파는 곳인지 감이 안 잡힌다. 하지만 황토색 문짝 컬러를 바탕으로 크기가 다른 흑판을 활용해 다양한 서체로 박진감 있게 써 놓았다. y자를 빼고 밑줄 쳐 놓은 게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로토루아(Roturua)의 간헐천과 마오리 민속촌이 있는 테-푸이아(Te-Puia)의 방향안내 표시는 일단 다른 데선 선뜻 보기 어려운 모양새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용도에 맞게 방향
표시에 선명한 컬러와 글자를 사용했다. 특히 출구는 달랑 팻말만 세워 놓기보다는 이렇게 눈에 확 띄도록 크게 만들어 놓으면 길 잃을 염려 없어 좋을 것이다.
웰링턴 공항의 입출국장 표시는 서예와 수묵화 등 동양의 지혜를 빌려온 날렵한 캘리그라피 작품이다. 꼭 한중일 동양 관광객들을 배려해서 그런 것 같진 않고, 다양하고 멋진 폰트가 많은 영어도 가끔은 이렇게 붓으로 한 큐에 써 내려간 듯한 역동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중간중간 마치 먹물이 뚝뚝 떨어진 것 같아 보이게 함으로써 출국장에서 느끼기 쉬운 긴장감을 무장해제 시키면서, 어찌보면 빡빡하게 굴지 말고 여행의 흔적을 남기라는 것처럼도 읽혔다.
웰링턴에도 젊은이들의 거리가 있는데. 쿠바 거리(Cuba Street) 입구에 빨간색 철제 조형물을 세워 놓았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은 포즈를 취했는데, 입구에서부터 방문객들은 다이나믹과 자유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밤엔 제법 볼만 하다는데, 낮에 둘러봤더니 우리네 가로수 거리나 홍대 골목 비슷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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