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그리고 함께 오르는 산
Posted 2013. 1. 30.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산을 좋아하기는 해도 산에 대한 책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라 이 방면엔 별로 읽은 게 없다. 몇 달 전 오래 전에 사 두었던 빌 브라이슨(Bill Bryson)의 <나를 부르는 숲 A Walk in the Woods>을 재밌게 읽은 게 거의 전부일 정도로 무지한데, 제목이 흥미로워 사 두었던 제프리 노먼(Geoffrey Norman)의 <딸 그리고 함께 오르는 산 Two for the Summit: My Daughter, The Mountains, and Me>을 미뤄두다가 읽었다.
미국 서부의 와이오밍 주 - 아래는 유타와 콜로라도, 왼쪽은 아이다호, 위는 몬타나 주로 둘러싸인 - 에는 잘 알려진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있는데, 남쪽으로 13km, 그러니까 40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그랜드 티턴(Grand Teton) 국립공원이 나온다. 시간이 없는 이들은 오전엔 옐로스톤에 갔다가 오후엔 그랜드 티턴을 그야말로 주마간산 격으로 돌아보고 올 수도 있다고 한다.
이야기는 잘 나가는 스포츠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50살 생일을 자축하기 위해 4,197m의 그랜드 티턴 산을 혼자 올라갈 야심찬 생각을 하는 것으로 시작해 결국엔 15살 딸과 이틀 코스의 암벽등반을 배우면서 올라가게 되고, 급기야 몇 해 뒤엔 남미 최고봉인 아콩카과 산(6,959m)까지 대학생이 된 딸과 함께 오르는 과정을 저널리스트답게 꼼꼼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묘사하고 있다.
제목이 흥미로워서 사 두었다곤 했지만, 어쩌다 동네산이나 한두 번 함께 가지 실제로 그럴 일이 일어날 것 같진 않은데^^, 그저 어떤 내용인지, 그리고 남미 최고봉이란 데가 어떤 산인지가 궁금했는데, 의외로 책이 재미 있었다. 밑줄 쳐둘 만한 구절이 여러 번 나왔는데, 동네산이긴 해도 다행히 산에 가는 걸 좋아해서 흥미로운 대목들이 많았다.
▲ (암벽 등반을 막 배우면서 만난 젊은 등산객에 대해) 눈은 깊어 보였고 강렬했다. 클라이머의 눈이었다. (82쪽)
▲ 산에서의 하루 - 또는 긴 원정 - 는 구성원들의 성격에 따라서 크게 달라질 수 있다. (108쪽)
▲ 산에서는 감정이 날씨와 같았다. 전혀 예측할 수가 없었으며, 자칫 극단으로 흐르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내가 만난 진짜 클라이머들 - 갤런 로웰, 앨 리드, 앨릭스 로, 킴 슈미츠 - 은 감정의 온도조절 장치를 일부러 하향조정해놓고 다니는 것 같았다. (159쪽)
▲ 올라갈 때는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었다. 그러나 일단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와야 한다. 내려오는 데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내려오는 일이 그렇게 고역으로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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