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캉지에 까오지(高記)
Posted 2014. 7. 9.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Joyful Taipei여행의 커다란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먹는 거다. 길거리나 야시장에서 우리네 분식집이나 포장마차 기분으로 집어 먹는 군것질도 쏠쏠하지만, 맛집을 찾아가서 한 상 받는 것도 스케줄에 한두 번은 꼭 집어넣어야 한다. 물론 그 중에서도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들어간 평범해 보이는 집에서 조심스럽게 주문한 별로 비싸지 않으면서도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 주는 특별한 맛을 만날 때의 경탄은,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까오지(高記)는 두 번째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맛집인데, 샤오롱빠오로 유명해진 딘타이펑 못지 않게 타이베이 여행객들에게 알려진 요리집이다. 시내 한복판쯤 되는 융캉지에(永康街)에 있는 본점은 지하철 똥먼(東門) 역 5번 출구로 나와서 빵집을 끼고 우회전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딘타이펑 본점과 망고빙수로 유명한 빙수집도 근처에 있으며, 아기자기한 샵들이 이어지면서 한두 시간 시간 보내기 좋은 골목이다.
메뉴판을 열면 딤섬류와 해물, 고기, 채소와 두부, 면과 밥 등이 종류별로 나와 있는데, 음식 사진이 함께 있어 한자를 몰라도 손으로 그림을 지적하면 웬만큼은 주문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옆 테이블에서 먹는 걸 보면서 맛있어 보이면 저게 뭐냐면서 주문하는 건데, 어느 정도 예상했던 맛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시도해 볼만 하다. 여행지에선 자신의 감을 믿으면서 머뭇거리지 않고 질러보는 것도 특권이니까.^^
작년 9월 여섯 명인 우리는 카테고리 별로 골고루 6접시를 주문해서 조금씩 나눠 먹었다. 풍부한 해산물의 나라답게 옷을 잘 입힌 큰새우 튀김은 고소했고, 국물 있는 요리로 시킨 두부 들어간 계란탕은 뜨끈한 게 간이 잘 맞고 약간 걸쭉한 게 마치 게살 스프 먹는 것 같았다. 새우를 안 먹는 사람이 있어 하나 더 먹을 수 있었다.^^
대나무통에 쪄서 나오는 새우 딤섬과 샤오롱빠오는 딘타이펑에서 먹었던 거라 모두들 잘 먹었다. 일단 하나씩 맛을 보고, 일행의 젓가락질이 뜸해지면 하나씩 더 갖다 먹었다. 일행 중 고기를 안 먹는 이가 있어 김과 깻잎을 싸 와서 밥만 먹는 바람에 어차피 그의 몫은 내 차지가 됐다. What a 횡재!^^
중국 요리들 가운데 고기나 생선 요리 외에 야채볶음도 빼놓으면 섭섭한데, 보통은 청경채나 가지 볶은 걸 시키는데, 이 집은 그게 없고 이런 비주얼이 있어서리 하나 시켜봤다.괜찮은 맛이었다. 비위들이 쎈 편이 아니어서 모험을 할 순 없었고 무난해 보이는 걸 시켜서인지 이 날 우리가 시킨 것 가운데 향이 강하다든지 맛이 이상한 건 없었다.
디저트로는 달달한 걸 시키게 마련인데, 이 집에 오는 이들이 많이 시켜 먹는다는 참깨가 잔뜩 붙어 있는 파이를 시켜 나눠 먹었다. 고소한 맛이 났는데, 9월이지만 여전히 더운 날씨에 앞에서 이것저것 먹어서인지 배들이 불러 제대로 맛을 음미하진 못한 것 같다. 여럿이 가면 대개는 사람수만큼 요리를 시켜 결국 다 못 먹거나 막판 스페셜을 놓치기 쉬운데, 경험상 다섯 명 이상인 경우엔 머릿수에서 -1 또는 -2를 시켜도 무방한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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