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콩 케이블카
Posted 2014. 7. 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Joyful Taipei마오콩은 타이페이 지하철(MRT) 브라운 컬러 무차선(木柵線, Muzha Line) 남쪽 맨마지막역인 동물원역 옆에 있는 차밭이다. 시내 중심역에서 30분이 채 안 걸리는 가까운 거리이고, 수려한 풍경으로 반나절 코스로 적당한 곳이다. 한자로는 貓空이라 쓰는데, 고양이 묘(猫) 자와 같은 뜻, 같은 음이다. 우리로 치면 동식물원과 놀이공원, 관악산을 함께 끼고 있는 서울대공원 비슷한 동네라고 보면 되겠다.
이곳이 여행객들 사이에 유명세를 타게 된 데는, 여기서 나는 차 때문만 아니라, 차밭에 가려면 타야 하는 곤돌라 때문이다. 높이가 3백 미터쯤 되는 산을 오가는 곤돌라는 세 정류장이 있고, 20분 정도 걸리는 제일 먼 역이 편도 NT 50원(2천원)이니 시설이나 거리에 비해선 상당히 저렴한 편이라 여행객들은 수지 맞는다. 지하철과 버스 탈 때 쓰는 이지 카드(Easy Card)로 낼 수 있어 간편하다.
2년 전에 왔을 때는, 이런 사정을 잘 모르고 다른 데서 시간을 보내다가 해질녘에 도착해 바닥과 사방이 깜깜하게 보일 때 타서 괜히 납량특집영화 찍다 온 기억들이 있어, 작년 9월 여행 땐 오후에 조금 일찍 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번엔 비 바람 천둥 번개가 예상되는 일기예보 탓에 곤돌라 운행을 일시 정지한다는 전광판 안내가 흐르고 있었다.
낭패였다. 그렇다고 그냥 돌아가긴 아쉬워 마을버스를 기다렸다가 타고 올라가려는데, 일행 중 하나가 기다리기도 뭐하니 그냥 택시로 올라가자는 기특한 생각을 해냈다. 교통편이 곤돌라나 버스밖에 없냐며 이리 됐으니 그냥 택시로 편히 올라가자는 제안이었는데, 우리 상황과 딱 맞아 다들 솔깃해지는 절묘한 제안이었다.
여섯 명이라 두 대를 잡아야 했지만, 타이페이 택시 중 상당수는 힘 좋은 토요타이고, 그 중 Wish 브랜드는 우리네 카렌스처럼 평소엔 트렁크 쪽 좌석을 접었다가 펴면 7인승이 가능해 미터 요금에 NT 100원(4천원)을 더 주는 조건으로 쇼부를 보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재밌게 올라갔다(기본요금은 NT 70원). 그래봤자 모두가 곤돌라 타고 오는 요금과 엇비슷했다.
천둥 번개가 예고돼 있었지만, 막상 차밭이 있는 산 중턱에 올라가니 흐린 날씨 가운데도 비는 오지 않았다. 오히려 걷기 좋고, 분위기도 좋아서 노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씩 하면서 사진도 찍고 여행중 유쾌한 담소도 나눌 수 있었다. 한 시간 정도 차를 마시고, 한 시간 정도 산책로를 걸은 다음 내려가는 곤돌라가 운행하는지 확인해 보니, 다행히 곧 상하행선 모두 운행이 재개될 거라는 반가운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곤돌라는 한 대에 6인까지 탑승 가능한데, 몇 대에 한 대 꼴로 바닥이 투명하게 보이는 게 운행되고 있었다. 투명 강화 유리로 공중에 떠서 발 디딘 아래를 내다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처음엔 다들 익숙하지 않아 은근히 겁도 나고 해서 소심하게 발끝만 내려들 보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고 비슷한 풍경이 발 아래로 계속 펼쳐지자 이내 시선이 창으로 향하면서 멀리 보이는 타이페이 시내 경치로 모아졌다.
10여 분 사이에 저녁놀이 물들어 오기 시작했다. 어디나 밤은 금세 온다. 창 너머로 붉은 노을이 제법 화려한 시내 풍경을 보여주더니만, 곤돌라가 동물원역에 도착할 즈음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도시를 어둠 속으로 몰고 들어간다. 다들 슬슬 시장끼를 느끼면서 시내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선 곧 먹게될 훠궈(火锅)로 화제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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