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Wild를 보고
Posted 2015. 2. 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책을 읽은 지 얼마 안 됐는데, 마침 영화로도 개봉된 <Wild>를 봤다. 블록버스터급
영화는 아니어서 상영관이 적고, 시간대도 별로 없어 토요일 아침에 순전히 영화만
보려고 코엑스까지 가야 했다. 원래 영화는 혼자 보는 걸 선호하는데, 책을 따라 읽은
아내가 부쩍 흥미를 보여 함께 갔다 왔고, 책을 아직 안 읽은 g는 우리보다 먼저
보고 와서 좋다고 했다.
어떤 책이 영화화 됐을 때 책을 먼저 읽을지, 아니면 영화를 먼저 봐야 하는지는
그때 그때 다르고, 또 사람에 따라 생각이 다르고, 딱히 정답은 없을 것이다. 언젠가
라디오 팟캐스트 <빨간 책방>에서 영국 소설가 이언 매큐언(Ian McEwan)의 <속죄
Atonement>를 다룬 적이 있는데, 동명 영화와 소설에 대해 이동진과 김중혁 둘 다
두 시간 짜리 영화가 담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이야기했던 게 기억난다.
<와일드>도 비슷했다. 이혼과 엄마의 죽음 등 일련의 사건을 뒤로 하고 허탈한
마음을 달래려 별다른 준비 없이 충동적으로 홀로 몇 달 간 PCT(Pacific Crest Trail)
종주 백패킹이란 어마무시한 길을 떠난 26살 셰릴 스트레이드(Cheryl Strayed)란
여성의 자전적 스토리를 담은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이기도 한 책을 영화가
풀어내기란 쉬운 작업이 아니었을 것이다. 소설 Wild를 읽고 (1/28/15)
불가불 영화는 화면과 앵글에 담을 것들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다행히 관객들로
하여금 무모해 보이는 험한 산악도보여행을 감행한 주인공의 심리나 형편, 동기나 바람
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는 된 것 같다. 내게 인상적이었던 건
트레일 입구마다 비치돼 있는 방명록(노트)에 주인공이 읽은 책 한 구절씩을 저자와
주인공 이름으로 기록해 놓은 것.
또 다른 축이라 할 수 있는 PCT 자체, 그러니까 이 영화의 또 다른 백미였어야 할
산길 풍경과 광대/광활한 자연 환경, 백패킹 준비과정 같은 것들에 대해서는 기대했던
만큼 충분히 묘사되진 않은 것 같았다(요세미티를 갔다 왔다는 티를 내자면^^). 책을
읽지 않고 영화를 본 이들에겐 중간중간 연결이 안 돼 보이는 부분도 있어 보였는데,
하지만 이건 영화가 꼭 책을 그대로 옮겨야 하는 건 아니므로 넘어갈 수 있겠다.
산길 풍경과 함께 아쉬웠던 것 하나는 주인공 역인데, <금발이 너무해>로 유명한
리즈 위더스푼(Reese Witherspoon)의 열연에 대해서는 저자와의 교감, 민낯 출연 등
대체로 호평이 많은 것 같은데,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다른 배우가 했더라면 더
좋았겠다 싶다.^^ 160이 안 되는 그녀보다 조금 와일드한 여배우가 맡았더라면
영화가 좀 더 실감나지 않았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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