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Posted 2015. 1. 28.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셰릴 스트레이드(Cheryl Strayed)란 26살 먹은 미네소타 출신 여성이 1995년 여름에 몇 달 간 혼자 PCT(Pacific Crest Trail)를 걸으면서 백패킹했던 이야기를 기록한 <와일드>를 읽었다. 2012년에 나와 미국에서 오프라 윈프리를 비롯해 여러 매체가 주목했다는데,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제작돼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돼 주말에 볼 참이다. 원제는 Wild: From Lost to Found on the Pacific Crest Trail.
아래 지도에 표시된 것처럼 PCT는 미국 서부 해안 3개 주(캘리포니아-오레곤-워싱턴) 산길을 도보 여행하는 건데, 중간에 요세미티에서 휘트니 산까지 이어지는 유명한 존 뮤어 트레일(John Muir Trail, JMT)도 지나게 된다. 작년에 나도 투올러미(Tuolumne)에서 요세미티 밸리까지 걸었으니 얼추 1/100쯤 PCT를 맛본 셈이다.^^
눈비 내리고. 40도 가까이 오르는 낮더위와 영하의 밤기온, 곰을 비롯한 들짐승들에 대비하기 위해 보통은 최소 두세 명이 함께 움직이는 길을 여성 혼자서 걸었다는 것도 충분히 화제가 됐지만, 이렇다 할 준비 없이 몬스터라 이름 붙인 거대한 배낭을 둘러매고 그냥 일단 길을 걷기 시작해 좌충우돌, 우여곡절을 겪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등산화 한 짝만 나오는 인상적인 표지만큼이나 독자를 끌어당긴다.
많은 이들이 한 번쯤 꿈꿔보지만, 실제로 감행하는 건 일단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을 무모하게 도전해 발톱 5개가 빠지도록 끝을 본(그 해의 기록적인 폭설로 요세미티를 비롯한 High Sierra 구간은 우회하고, 워싱턴 주도 중간까지 갔지만) 저자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생생한 필치로 기록돼 읽는 재미도 상당하다. 독자들에게 이런 도보 백패킹 여행을 실제로 해 보고 싶은 로망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책이다.
영어판은 3백 면 조금 넘지만, 한글판은 요즘 책 치고는 보기 드물게 25행씩 배열했어도 5백 면이 넘어 제법 두꺼운데, 소설 창작에 관한 MFA 소유자다운 담담하면서도 매끈한 문장은 일단 읽기 시작하면 끝을 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꼭 바다 건너 PCT나 JMT가 아니더라도 우리 곁에도 찾아 보면 며칠씩 도보 백패킹할 코스들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적절한 기회를 노려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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