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되는 변신
Posted 2015. 6. 2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종일산행가을에 나뭇잎이 단풍(丹楓) 드는 건 봤어도 여름에 백풍(白楓) 드는 이파리가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벌레 먹어 말라가는 것도 아니고, 죄다 그리 되는 것도 아니고, 몇몇 잎이 작은 구멍은 뚫렸지만 멀쩡한 상태에서 절반쯤 하얗게 물들어가 신기한 구경거리가 됐다.
용문산 정상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데서 본 개다래 잎인데, 이런 백화(白化) 현상은 꽃가루 수정을 위해 곤충을 유인하는 방편이고, 수정이 끝나면 원래대로 녹색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자유자재로 잎 색깔을 바꾸는 식물의 지혜랄까 생존본능이 신기하다. 이런 변신이라면 당연히 용인하고 응원해야 할 것 같다.^^
용문산에선 나뭇잎만 색을 변주하는 게 아니라 멀쩡한 나무 기둥도 변신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름도 예쁘고 건강해 보이는 물푸레나무가 마치 온몸에 버즘이라도 핀 것인양 군데군데 껍질을 벗고 있었다. 까마득한 기억이지만, 나도 국민학교 시절 얼굴에 버즘이 조금 피었었다.
그런데 깊은 산중이긴 해도 몸에 걸친 옷을 벗는 게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는지, 물박달나무나 자작나무처럼 허물 벗듯 과감하게 훌러덩 마구 벗어내리지 않고 화가가 붓칠하듯 띄엄띄엄 점점이 수줍게 칠해 놓았다. 껍질이 벗기지 않았다면 산중에서 별다른 시선을 끌지 못했을 테니, 이런 변신도 할만 하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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