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C(빌리 그래함 센터)
Posted 2010. 7. 22. 11:03, Filed under: I'm traveling/KOSTA USA휘튼 대학에는 이 학교 출신의 유명한 복음전도자 빌리 그래함(Billy Graham) 센터(BGC)가 있다. 빌리 그래함은 1918년생이니까 구십을 넘어 요즘 세대들에겐 그리 어필하지 않는 구세대지만, 우리 세대 이상에겐 가히 살아있는 전설로 회자되는 20세기의 거성이다. <위대한 5인의 복음주의자>란 책은 존 스토트, 제임스 패커, 프란시스 쉐퍼, 마틴 로이드존스 같은 영국인 네 명과 함께 유일한 미국인으로 그를 꼽으며 간단한 생애와 저작들을 소개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개신교의 교황"이라 부르는데, 별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BGC는 지상 4층, 지하 1층의 본건물과 부속 건물로 이루어진 상당히 큰 건물인데 중강당, 강의실, 박물관 등이 있고, 따로 입장료를 받지 않고 $4-5 정도의 기부금을 자발적으로 내게 하고 있다. 규모나 전시물의 가치로 볼 때 그 정도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 시카고를 방문할 일이 있다면 반나절 따로 시간을 내 찾을 만한 곳이다(왕복 두 시간 + 관람 두 시간 정도).
박물관 초입에 있는 돔 지붕 형태의 원형홀(Rotunda of Witnesses)에는 복음 전파와 관련된 기독교 역사의 중요 인물 아홉 사람의 대형 직물 배너가 세로로 걸려 있다. 사도 바울, Justin Martyr(1세기),Gregory the Great(6세기), Francis of Assisi(12-13세기), John Wycliffe(14세기), Martin Luther(16세기), Blaise Pascal(17세기), Jonathan Edwards(18세기), Oswald Chambers(19-20세기)가 그들이다. 바울과 루터는 누구나 알 것이고, 몇몇 사람은 교회사에 관심있는 이들에겐 고개가 끄떡여지지만, 몇몇 인물은 약간 생소했다.
홀을 지나 들어가면 시대와 인물별로 잘 정리된 미국의 복음전도 역사가 기다리고 있다. 간단한 해설과 함께 전시된 사진 자료 외에 인물의 육성이 담긴 녹음자료도 센서에 의해 작동되고, 중간중간 미니 극장 형태로 영상 자료도 제공된다. 프리젠테이션의 나라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1663년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성경이 인쇄됐다든지, 18세기 미국에 대각성을 불러일으킨 조나단 에드워즈, 조지 휫필드 등과 흑인교회 성장사들이 섹션별로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초기 구세군에서 사용한 전도용 큰북도 볼 수 있다.
미국 복음전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D. L. 무디와 빌리 선데이이다. 좀 심하게 시대구분을 하자면, 19세기 후반이 무디의 시대였다면, 20세기 전반은 선데이의 시대였다. 물론 20세기 후반은 빌리 그래함의 시대가 되는 셈이다. 저 연단에 껑충 뛰어올라 포효하는 선데이의 설교를 들어볼 수도 있었다. 항간엔 빌리 그래함이 빌리 선데이를 사숙해 이름도 윌리엄 대신 빌리라고 붙였다는 말도 있다. 아마 사실일 것이다.
빌리 그래함 박물관이란 이름에 어울리게 미국 복음전도사는 그의 생애와 사역에 관한 코너들로 연결되고, 상당히 많은 공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가 다녀갔던 대표적인 도시 집회, 보통은 빌리 그래함 크루세이드(Billy Graham Crusade)로 부르는 세계 전역에서 열린 집회 사진들만으로도 이 거인의 행보를 짐작할 수 있다. 그 중엔 1973년과 74년에 백만 명이 넘게 몰린 여의도 집회 사진, 1992년에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찍은 사진도 있다.
빌리 그래함은 역사적 인물답게 역사의 순간을 장식하는 유명 잡지 표지 인물로도 무수히 선정됐다. Time, Newsweek, Life 등 대표적인 것만 모아놓았는데, 역시 그를 수식하는 한 마디를 고르자면 어느 신문의 타이틀처럼 "전세계를 다니며 하나님을 소개하는 세일즈맨"만한 게 없을 것이다.
'I'm traveling > KOSTA USA' 카테고리의 다른 글
꼬리가 무척 긴 화물열차와 Metra (0) | 2010.07.24 |
---|---|
휘튼의 창가에서 (6) | 2010.07.23 |
트랙 세 바퀴를 달리다 (2) | 2010.07.16 |
Dance-Relax-Dream (0) | 2010.07.13 |
150년 된 휘튼 대학 (8) | 2010.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