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가 무척 긴 화물열차와 Metra
Posted 2010. 7. 24. 09:03, Filed under: I'm traveling/KOSTA USA일반적으로 미국을 자동차의 나라라고 하지만, 사실 미국은 철도의 나라다. 서부개척시대를 연 동서 횡단과 북남 종단의 크고 긴 땅덩어리만 생각해도 진작부터 철도가 발달했으리란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대서양변 뉴욕에서 태평양변 LA까지 비행기로도 대여섯 시간이 걸릴 만큼 큰 나라라 요즘은 국내선 비행기로 많이들 다니지만, 역시 대중교통은 기차와 자동차이다.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내려 휘튼 대학까지는 누군가 차를 갖고 나와 주는 것과, 택시를 타고 가는 방법(최소 $50은 줘야 한다) 외에 공항에서 다운타운까지 지하철로 들어가서 기차를 타고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시간도 두세 배 걸리고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불편도 있지만 무엇보다 $7이면 되니 저렴하기도 하고, 지하철과 기차로 이동하면서 보는 풍경이나 사람 구경도 할만해 몇 번 이용한 적이 있다. (이번엔 강사지원팀에서 마중나와 편하게 갔다.)
휘튼 대학에 머물면서 새벽 산책을 하다 컬리지 애비뉴 역(College Avenue Station)까지 걷곤 했는데, 대학 구내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동네역이다. 역 앞 횡단도로는 보통 땐 차량이나 사람이 자유롭게 지나다닐 수 있지만, 기차가 들어오게 되면 1-2분 전부터 빨간불이 켜지면서 차단봉이 가로막는다.
멀리서부터 기적을 울리며 들어오기 때문에 밤이나 새벽에 기숙사에서도 기차가 통과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데, 이 역을 통과하는 기차는 한 시간에 한 대 꼴인 여객열차를 빼면 대부분 컨테이너를 잔뜩 실은 화물열차다. 그런데 이 화물열차들이 장난이 아니다. 기껏해야 스무 량쯤 되겠거니 했는데, 보통이 100량을 넘으니까 열차가 역을 다 통과하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화물차를 처음 봤을 땐 도대체 몇 량쯤 되나 하고 아이처럼 세어도 봤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하도 길어 숫자가 별 의미가 없고, 한두 번 경험한 다음엔 끝없이 이어지는 행렬에 금세 지루해졌기 때문이다.
컨테이너는 단층도 있지만 대부분 두 층이니 한 대의 화물열차가 나르는 화물량도 대단하고, 경제성 면에서 이만한 운송수단이 없으리란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 번은 레일 양편에서 화물열차와 여객열차가 동시에 들어오는 재미있는 장면도 포착했다.
집에서 조금 늦게 나오든지 해서 기차가 통과하는 시간에 역앞에 온 차들은 꼼작없이 5분 남짓 서 있어야 한다. 개중엔 아예 시동을 끄고 신문을 보거나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테이크해 온 커피를 마시는 이들도 있었다. 부질없이 시계를 보거나 발을 동동 구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님을 아는 이들은 이 순간을 그저 카르페 디엠 하는 것 같았다.
다운타운으로 드나드는 2층열차 Metra는 편도 $4.50, 왕복 $7인데, 차장이 돌아다니면서 표를 검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승객이 우리처럼 교외에서 다운타운으로 출퇴근하면서 정기권을 끊기에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것 같았다.
휘튼에 도착한 다음날이 주일이어서 간이역인 컬리지 애비뉴 역사는 문을 닫은 상태라 표를 살 수 없어 그냥 탔다. 이럴 땐 차장에게 돈을 주고 표를 사면 되는데, 7월 4일 독립기념일 휴일이 겹쳐 열차 안이 북새통을 이룬 바람에 결국 차장 곁에 접근할 수 없어 표를 못 산 채 계획에 없던 무임승차를 하고 말았다. 이럴 때 걸리면 벌금이 크다던데.^^
이층 열차 안 풍경이다. 의자는 마주보게도 돼 있고, 옆으로도 나 있는 자유분방한 스타일이다. 당연히 오고 갈 때 이층에 앉아 갔는데, 창밖 풍경도 좋았지만 일층 승객들이 다 내리보여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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