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글바글 팔당냉면
Posted 2015. 7. 1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금요일 저녁 귀국하고 다음날은 35도의 폭염이 몰아쳤다. 그렇잖아도 하루 종일 귀국 증후군으로 멍때리면서 졸다 깨다를 반복했는데, 저녁 나절 냉면 먹으러 가잔 말에 겨우 정신이 들었다. 두 주 가까이 지하주차장에 모셔져 있던 차에 올라타 핸들을 잡으니 잠시 낯선 기분이 들었다.
팔당대교 목전에 있는 냉면집까진 선선할 땐 슬슬 운동삼아 걸어갔다 와도 되지만, 이런 더위엔 도무지 엄두가 안 난다. 연중무휴에 주말이나 명절, 휴가철엔 시도 때도 없이 손님이 몰려드는 집인지라 바로 앉진 못하고 조금 기다려야 했다. 제법 넓은 공간인데도 입추의 여지가 없이 가득차 있었다. 벽면엔 여러 방송 프로에 나온 집임을 보여주는 스틸 컷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물냉면과 비빔냉면 모두 6천5백원씩 받고, 곱배기는 천 원을 더 받는데, 사리도 같은 값이다. 조금 비싼듯 싶지만, 대나무통에 고기가 함께 나오니 값은 적당해 보였다. 기본으로 나오는 양이 적지 않은데, 사리도 많이 주는 편이었다. 요즘 이렇게 냉면을 시키면 고기가 함께 나오는 집들이 많이 생겼는데, 내가 먹어본 집 가운데는 고대 뒷편에 있는 서울쌈 냉면이 좋았다. 고기도 숯불에 구운 게 나와 좀 더 맛있었던 것 같다.
비빔냉면을 시키는 이들도 많은데, 먹다가 보온병에 함께 나오는 차가운 육수를 부어 벌겋게 비빔물냉면을 만들어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냉면 사리는 질기지 않아 굳이 가위로 자르지 않고 앞이빨로도 잘 끊어졌다. 육수맛은 살짝 강한 편인데, 고급스러운 느낌보다는 편하게 먹는 분식집 분위기라 오히려 손님이 몰려드는 것 같았다.
우리가 먹고 나올 때는 대기 행렬이 더 길어졌는데, 함께 가신 어머니는 냉면맛보다 많은 손님에 놀라신듯, 이 집 돈 많이 벌겠다를 연발하셨다.^^ 카운터 옆엔 선교지를 후원하는듯한 뉴스레터가 붙어 있기도 했다. 냉면집치곤 외관이 독특해 보이는데, 전에 레스토랑 하던 자리다. 올림픽도로로 달리다가 미사리 조정경기장 지나 팔당대교 진입을 앞두고 한 번 들어가 볼만한 집으로는 손색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