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 계란말이
Posted 2015. 9. 1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머리로 탁 깨거나 냄비 모서리로 깨서 라면에 집어 넣거나 삶은 계란, 프라이판에 익혀 먹는 계란 후라이는 딱히 요리랄 것도 없고, 최소한 계란찜이나 계란말이 또는 계란 스크램블 정도는 돼야 계란 요리 초보라 할 수 있는데, 그 중 내가 아직 안 해본 건 계란찜이다. 오믈렛까지 할 줄 알아 별로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단지 기회가 없었다.
계란말이도 별로 어렵지 않아 종종 해 먹는데, 식구들 가운데 계란말이 초고수가 있었다는 걸 미처 모르고 있었디. 제수씨인데, 지난 주말에 회를 떠 오면서 쯔끼다시로 계란말이를 했는데, 비주얼이 장난이 아니었다. 프라이판에 굴리면서 잡은 각이며, 몇 입 크기로 썰어 놓은 모양새가 계란말이도 이쯤 되면 당당한 요리라는 걸 보여주었다.
지켜보던 아내도 놀랐는지 한 번 와 보라며 불렀는데, 보는 순간 그냥 계란말이가 아니라 군함 계란말이로 불러줘야겠다 싶었다. 두 접실 만드는데 계란 7개와 소시지 하나, 기타 등등이 들어갔다고 한다. 음~ 내가 해 봐서 아는데, 재료가 있다고 누구나 이런 모양을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후라이판에 푼 계란을 적당히 익히고 굴리고 말아 접어 각을 잡고 썰어 모양을 내려면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겠다 싶었다.
이 괴산표 군함 계란말이 한쪽의 규격은 9×6×2cm였는데, 한 입에 들어가지 않고 두세 번 나눠 먹어야 했다. 크긴 해도 하나는 조금 아쉽고, 기본 두 개면 든든하고, 세 개면 대만족이고, 네 개면 더 없이 행복해지는 계란말이의 재발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