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건 그림
Posted 2016. 12. 1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영화, 전시회 풍경거실 벽면 왼쪽 빈 자리에 말아두었던 그림을 걸었다. 6년 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갔을 때
주일예배를 마치고 거리 벼룩시장에서 $25를 주고 산 그림 두 장 중 60×27cm 크기의 소품이다.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이 지역 동네 화가라면 누구나 쉽고 빠르게 그려낼 수 있는 소재와
스타일인데, 북반구의 다른 대륙에서 온 이방인에게는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이 마냥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흑인 빈민 밀집 구역인 칼리처 풍경(11/11/10)인데, 선명한 컬러를 칠했지만 허접해 보이는
네모 주택과 빽빽하게 세워진 전봇대와 전선들, 그리고 훤칠한 키의 주민들을 단순하게 묘사했다.
칼리처는 줄루족과 함께 이 나라의 대표적인 토착 부족인 코사족 말로, 뜻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새 집'(New Home)이다. 4×6 km 반경 안에 이런 작은 집들에서 무려 80만 명이 거주한다는
대표적인 슬럼가이다.
반값이 안 되게 흥정해 이 그림을 산 건 독특하고 이국적인 풍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로잔대회에
참석했던 그때 일정 중에 반나절 정도 여길 실제로 방문해 본 기억 때문이기도 하다. 그곳에 사는
이들을 비롯해 그때 받았던 인상은 위에 링크해 놓은 포스팅에 담겨 있는데, 이런저런 복잡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멋진 그림을 그 동안 왜 걸지 않고 말아두었냐 하면 이미 오른쪽에 과일 광주리와
물동이를 지고 있는 아프리카 여인들을 그린 큰 그림이 있어 요란한 걸 싫어하는 아내의 취향
탓이기도 한데, 몇 차례 실갱이를 하며 눈치를 보다가 슬그머니 내건 것이다. 일단 눈감아 주고
있지만 언제 다시 뜰길지 알 수 없는데, 오래도록 그대로 걸려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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