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7017 걷기
Posted 2017. 6. 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서울역 앞에 있던 고가도로가 <서울로 7017>이란 이름으로 보행자 전용도로로 다시 열렸다는
뉴스를 듣고 지난 주말 오후에 가 봤다. 남대문시장이 시작되는 회현역에서 만리동 언덕 초입까지
1km 남짓한 거리(1,024m)를 빠르게 차 안에서가 아니라 천천히 두 발로 걸어보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러고보니 서울엔 고가도로가 여럿 있었는데 삼각지 로타리, 청계고가, 아현고가, 신설고가 등
대부분 철거됐고, 서울역 고가는 이번에 보행자 천국으로 탈바꿈했다.
개장한 지 두 주밖에 안 지난 토요일 오후인지라 바글거리면 어쩌나 싶었지만, 붐비긴 해도
그런대로 걸을만 했다. 폭은 10m 정도 돼 보였는데, 길만 덩그러니 있지 않고 커다란 원형 화분에
나무와 꽃을 잔뜩 심어놓아 사방으로 보이는 도심 빌딩과 차량들 사이에서 이 길을 걷는 이들에게
숨퉁을 틔어주고 있었다. 띄엄띄엄 놓이지 않고 다닥다닥 놓여 조금 많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브로셔를 보니 화분 645개에 228종 24,085그루를 회현역부터 가나다 순으로 심었다고 한다.
앞의 70은 처음 만들어진 1970년이고, 뒤의 17은 새단장한 올해를 뜻한다는데(높이가 17m란
의미도 들어있다고 한다), 고가를 놓은 해까지 기념하는 이름은 잘 들어오진 않는다. 양쪽 진입구간
말고도 중간에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계단으로 진입하는 구간도 있고, 중간에 주전부리 가게도
몇 군데 자리 잡고 있었다. 산보객들 가운데는 외국인들도 많이 보이고, 간이무대에서 연주하는
밴드가 발걸음을 붙잡기도 했다.
서울의 또 다른 랜드마크가 생긴 셈인데, 시내 도심 한복판에 이런 길이 생긴 건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 길만 걷는 것도 의미 있지만, 주변에 있는 중림/만리동길(2.5km), 소공동(1.9km), 명동(1.5km), 후암동
일대(1.6km)를 걷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사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으면서도 서울역 뒷쪽 만리동
주변은 다닐 일이 없었는데, 날이 좀 시원해지면 그 길로도 이어 걸어보고, 스마트폰 앱으로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면서 나무들과 일일이 눈을 맞춰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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