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거도 괜찮군
Posted 2010. 10. 22. 20:31, Filed under: I'm traveling/Wonderful CapeTown몇 달 전, 로잔대회 참가가 결정되면서 아프리카 남단의 남아공, 거기서도 최남단이랄 수 있는 케이프타운이 어떤 곳인지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저 오기 두어 주 전에 <블랙 러브>란 이곳에 사는 한국인 여성이 지은 책을 한 번 읽어 보는 걸로 준비를 대신했다.
게으른 준비였지만, 사실 와 보니 그 이상의 준비가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대회가 시작된 주일 오후부터 수요일 밤까지, 그리고 하루 쉬고 오늘 아침부터 주일 밤까지는 하루 종일 대회가 열려 다른 일을 하거나 다른 데 가볼 엄두를 낼 수 없다. 다행히 여행사 패키지 상품으로 이틀 먼저 왔고, 대회 마치고 이틀을 더 유할 수 있고, 중간에 어제같이 하프타임 휴일이 있어 여기저기 가볼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프타운은 4백만이 조금 넘는 인구를 가진 도시로, 아프리카 하면 보통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처음부터 달랐다. 도시와 거리의 전반적인 풍경은 미국이나 유럽 같은 분위기로 상당히 쾌적하고 잘 발달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시 중심을 조금 벗어나면 흑인들의 비참하고 열악한 밀집 주거지역이 나오지만, 호텔과 컨벤션 센터를 주로 오가며, 주요 관광지만 버스로 이동하는 입장에선 큰 불편을 느끼지 않게 만드는 도시이다.
처음 가는 도시에선 치안 문제가 급관심사인데, 새벽에 두어 차례 산책과 등산을 위해 혼자 긴 시간을 걸었지만,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다른 참가자들은 내가 이런 시간을 가졌다니까, 다들 별종 취급을 하긴 했지만). 갑자기 누군가 덮칠 것 같은 두려움이 없진 않았지만, 가벼운 내 감으로는 별 문제 없을 것 같았고, 실제로도 그랬다. 요하네스버그 같은 도시는 치안이 안 좋다는 말을 듣긴 했다.
이런 대회에 참가하다 보면 평소의 약간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습관이나 생활방식들이 아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영어를 떠나 성격이 활달한 이들은 쉽게 사람을 사귀면서 분위기를 주도하고 즐기는데, 발동이 늦게 걸리면서 분위기 파악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나같은 사람들은 좋다는 생각과 불편한 감정들이 막 혼재돼 처음 며칠 간은 혼란을 느끼곤 한다. 물론 이런 것을 겉으로 드러낼 정도로 중증은 아니고, 그간의 경험이 약이 되어 어느 정도 견디면서 적응하게 하지만 말이다.
사진은 많은데 올릴 수 없어 글로만 블로그를 장식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다. 처음엔 답답했지만, 사진에 지배당하지 않고, 또 사진을 의식하지 않고 글로만 소통하는 방식도 그런대로 편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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