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고수의 출현
Posted 2011. 1. 9.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QTzine 2월호에 실릴 글이다. 두어 주 가까이 소논문을 준비하다보니 가속이 붙었는지 두 시간만에 가쁜하게 썼다. 토니 존스(Tony Jones) 책은 두 권이 나와 있는데, 둘 다 괜찮다. 배울 게 많았다.
요즘 청년들에게는 조금 생뚱맞은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무협지를 읽다 보면 꼭 갑자기 혜성 같이 등장해 무림고수(武林高手)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신진 강호가 있곤 했다. 대개 이들은 누구의 제자인지 족보가 분명치 않지만, 대단한 내공을 갖춘 실력자라 한바탕 회오리바람을 몰고 오곤 했다. 무림신성(新星)의 등장은 약간 지루하게 흘러가던 흐름을 일거에 뒤집어 놓는 효과를 낳곤 했다.
책을 고르다 보면 이와 유사하게 기존 유명 저자들 사이로 생소한 이름이 새롭게 떠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처음 들어보는 저자인데, 상당한 문제의식과 실력에 글솜씨까지 갖춘 신흥 저자(emerging author)의 출현은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
어쩌면 책 읽기는 이미 실력이 검증된 자타가 공인하는 표준적인 저자들(classical authors)과 함께 낯설지만 왠지 땡기는 맛이 있는 새로운 저자들을 알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연말에 영성 관련 논문을 한 편 쓸 일이 있어 이 책 저 책 보던 중 신흥고수(新興高手) 토니 존스(Tony Jones)에게 꽂혔다.
사실 이 사람이 쓴 책을 처음 읽은 건 아니다. 몇 해 전 렉치오 디비나(Lectio Divina)에 대해 아주 잘 쓴 『하나님을 읽는 연습Divine Intervention』(예수전도단, 2006)에서도 신선하면서도 만만치 않은 내공을 보여준 바 있는데, 이번에 『되찾은 영성The Sacred Way: Spiritual Practices for Everyday Life』(죠이선교회, 2008)에서 다시 한 번 숨어 있는 고수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학생선교단체 출판부들이 어떻게 이런 저자를 알고 발굴해 소개해 주는지 고마울 뿐이다.
토니 존스는 포스트모던 세대, 이머징 교회 전문가로 그 이전 세대 사역자들과 구별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저자는 오랫동안 그리스도인은 세 가지를 해야 한다고 배웠다.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고, 교회에 가는. 그러나 우리가 경험하고 고민하는 대로 역시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는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정말 실용적인 영성훈련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가 찾아 경험하고 돌아다닌 고대의 16가지 훈련을 소개하고 있는데, 1부에서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 평정과 침묵에 치중하는 훈련, 즉 관조적 영성훈련 9가지를 하나씩 소개한다. 2부에서는 음식을 삼가거나 산책을 하면서 몸을 쓰는 훈련, 즉 활동적 영성훈련 7가지를 소개한다.
침묵이나 금식 같이 비교적 알려져 있는 훈련법도 있지만, 대부분 우리가 잘 안 해 온 생소하고 생경한 방법들이다. 왠지 가톨릭적이고 동방정교회적인 냄새가 나는 용어들인데, 그래서 많이 낯설고 어색하고 이상해 보이기도 한다. 이 점에 대해 저자는 두 가지로 변증한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 변증 1. “1054년 이전에는 모든 그리스도인은 가톨릭, 정교였다! 기독교 역사의 전반기에는 교회가 하나였으며, 이 책에서 소개하는 훈련은 대부분 그때 시작되었다.”(27면)
▪ 변증 2. “동서고금의 기독교 공동체가 전하는 영성훈련 방법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풍성하다. 그들이 기도, 묵상, 성경읽기 등을 창조적으로 배합한 새로운 방법은 상상을 뛰어넘어 영성에 대한 믿음과 열정에 불을 지폈고, 당연히 나는 하나님과 더 깊이 사귈 수 있었다.”(22면)
각 장은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고전 가운데 하나인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에서 인용한 구절로 시작한다. 명불허전(名不虛傳)! 눈부신 영적 통찰들로 가득하다.
그 다음에는 간단한 일화가 나오고, 훈련의 배경이 되는 역사를 탐구하고, 이어서 훈련의 토대가 되는 신학을 탐구한다. 둘 다 포스트모던 세대 사역자답게 장황하지 않아 좋다. 마무리는 실제 훈련 방법에 대한 소개와 격려 한 마디다. 전체적으로 군더더기가 없어 좋다.
권말 부록도 쏠쏠한데, 각각의 주제들에 대한 참고문헌과 홈페이지 주소에 이어, 저자가 엄선한 40여 권에 이르는 기독교영성고전 목록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책은 제목만 알고 있어선 안 된다. 읽은 다음에 연습하고, 실험하고, 빠져들어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이 어디로 인도하시는지 직접 경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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