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산행
Posted 2020. 6. 1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6월 산행은 애매하다. 봄도 아닌 것이 한여름도 아닌 것이 선뜻 길을 나서기가 망설여진다. 더울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아예 더운 것도 아니어서 출발할 때마다 꾀가 생긴다. 아예 한여름이라면 극기훈련이라도 하는 것처럼 처음부터 죽었다 복창하고 길을 나서면 살짝 오기가 생기면서 정상까지 어떻게든 다녀올 깡이 생기지만, 덥지만 그렇다고 죽을 정도는 아닌 요즘 날씨는 이런저런 핑계거리가 한 대접 생기면서 박차를 가하기가 쉽지 않다. (나만 그런가?)
그렇게 며칠 머뭇거렸는데, 하늘이 불렀다. 아니, 구름이 불렀다. 쾌청하기 그지 없는데다 구름 모양이 어서 오지 않고 뭐하고 있느냐며 등을 떠밀었다. 아주 환상적인 구름 모양은 아니었어도, 이런 구름의 자태를 보고서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별로 없을 터였다. 정상이나 그 가까운 탁 터진 곳에 오르면 정말 멋지겠다 싶은 마음에 구름을 따라 갔다. 최소 한 시간 정도는 부지런히 올라야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데, 그 동안 구름이 그대로 남아 있을지 모르겠어서 마음이 급했다.
늘 그렇지만, 산 아래서 보는 구름과 산 중턱이나 정상에서 보이는 구름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야속하게도 아래서 보는 구름 풍경이 더 멋있을 때가 많다. 높이 오르면, 밑에선 볼 수 없던 풍경이 보여야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물론 멋진 풍경을 선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하늘 풍경만 놓고 볼 땐 산 아래서 보는 게 더 근사할 때가 많다. 불공평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도 즐거웠다. 아래선 볼 수 없는 나무숲들이 반겨주었고, 정상까지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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