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후 즐거운 산행
Posted 2020. 7. 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상반기를 보내는 기념으로 팔당대교 건너 예봉산(683m)을 올랐다. 전 날 비가 제법 많이 와서 창밖으로 물안개가 서린 봉우리들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데 마다할 도리가 없었다. 하루 종일 계속 올듯 말듯 하며 꾸믈대는 날씨인지라 중간에 비가 내리면 기꺼이 맞아 주리라는 생각으로 장우산을 스틱 삼아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덥지는 않은데, 습기가 많은지라 속도는 안 났는데, 한껏 비를 맞아 빛나는 이파리들과 물기를 흠뻑 머금고 검은 기운을 내는 나무 줄기들이 반겨주었다.
이슬처럼 영롱해 보이는 구슬을 얹은 나뭇잎들은 반짝반짝 윤이 났고, 팬텀 마스크처럼 생긴 구멍 뚫린 이파리도 한데 어울려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예봉산은 검단산보다 아주 조금 높지만, 등산 거리는 조금 짧은데, 그러니까 대체로 오르막이 이어져 검단산과 시간은 비슷하게 걸린다. 봄이면 흙먼지가 많은 산인데, 비 내린 다음날인지라 더없이 좋은 환경으로 맞아주었다. 오히려 비가 조금씩 내려주면 끝내주겠다 싶을 정도였다.
비도 내렸고, 평일 오후인지라 등산객은 별로 없었는데, 하산하는 한 사람과 정상에서 담소를 나누는 서너 명이 전부였다. 산이 보여주는 온갖 풍경을 구경하면서 다운 받아 둔 팟캐스트 몇 편을 들을 수 있었고. 지난 번에 새로 깐 고도계 앱으로 포인트마다 높이를 확인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정상에선 677m라 고집하며 683m를 인정하지 않았다.^^ 검단산 정상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양평 산들과 두물머리 풍경이 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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