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원 앞에서
Posted 2024. 9. 2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우리말엔 한자어가 많아서 한자를 잘 모르면 단어의 뜻이 쉽게 파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령 팔당 지나 나오는 양평의 초입 두물머리도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데라서 이런 이름이 붙은 건데, 양수리라고 하면 어떤 '양수'를 말하는 건지 선뜻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한자 세대는 兩水겠거니 하며 비교적 쉽게 연결시키지만, 대체로 만만치 않은 일이다.
두물머리에 있는 연꽃 군락지 세미원도 비슷한 경우다. 가서 한자를 직접 보기 전에는 대충 짐작은 해도 뜻이 잘 파악이 안 된다. 세미원 입구에는 한자들이 보이는데, 물을 보면 마음이 씻기고, 꽃을 보면 마음이 아름다워진다는 데서 유래한 단어라는 걸 비로소 알 수 있지만, 한자를 보기 전까진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세미원엔 들어가지 않아도 입구 바닥에 깔아놓은 물결처럼 홈을 파놓은 돌길도 잔잔하고, 미니 연못 위에 뜬 연잎과 연곷들도 아담한 게 예서부터 마음을 씻어주는 기분이다. 근처에 연입밥 먹으러 와서 연꽃 구경은 다음으로 미루었지만, 세미원이라는 이름과 입구에 조성해 놓은 길에 잠시잠깐 서 있기만 해도 마음이 씻기는 듯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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