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 있는 응대
Posted 2025. 9. 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우리말엔 존대어와 함께 반말이 있어 때에 맞게, 사림에 맞게 응대하곤 한다. 둘을 섞어서 잘못 쓰면 자칫 예의나 경우가 없는 사람이 되기 쉽다. 물론 절친한 사이에선 용인이 되고, 그런 게 더 친근하고 허물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잘 구분해 사용하는 걸 요구한다. 두 달에 한 번 가는 송파나루역 4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미용실 입간판은 다소 맹랑해 보이는 반말투가 시선을 끈다.
걸죽한 충청도 사투리로 영업시간이 아니라는 걸 알리는 건데, 이걸 보고 반말투라 기분 나빠할 고객이나 행인들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센스 있는 응대라고 입가에 미소를 짓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 아래에 작은 글자로 덧붙인 ”어째 나 집에 가 버렸슈. 내일 오면 확실하게 챙겨드려유“에선 포복절도까진 아니어도 이 집 주인장의 유머 감각에 경탄할 이들도 적잖을 것 같다.
요즘 찍은 건 아니고, 산에 자주 다니던 7, 8년 전 어느 산 어귀에 있던 작은 주막에선 단도직입적으로 합판에 빨간 페인트로 “들어와“라고 쓴 입간판을 본 적 있다. 이걸 명령조로 받아들여 기분 나빠할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산객은 얼씨구나 하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반색하며 들어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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