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튼 기숙사
Posted 2011. 8. 5.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OSTA USA코스타가 열리는 휘튼대학엔 기숙사 건물이 여러 개 있는데, 강사들은 같은 건물에 있는 에반스 홀(Evans Hall)이나 맥마니스 홀(McManis Hall)에 묵는다. 피셔(Fischer), 스미스(Smith), 트레버(Traber) 등이 다른 기숙사 이름이다. 아마도 식당이 바로 건너편 1분 거리에 있고, 주집회장인 에드만 기념채플(Edman Memorial Chapel)도 5분 거리에 있어 동선을 배려한 것 같았다.
건물이 길어 사진에 다 나오진 않았는데, 오른쪽이 에반스, 왼쪽이 맥마니스다. 갈 때마다 둘 다 배정 받아 사용해 봤는데 특별한 차이는 없었다. 4층 건물은 제법 커서 중앙 통로를 중심으로 양쪽에 방들이 있고, 층마다 엘리베이터와 휴게실이 있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층마다 공동으로 사용하게 되어 있으며, 지하에는 동전 넣어 사용하는 세탁시설도 갖추고 있다. 건물 반대편에서도 출입이 가능하다.
방은 기본 2인실인데, 올해 배정 받은 맥마니스 320호는 같은 크기에 놀랍게도 침대가 하나만 놓여 있었다. 무슨 이유로 내게 1인실이 주어졌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닷새 동안 내 맘대로 편하게 지낼 수 있어 좋았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한 방을 쓰는 게 불편하다는 건 아니다. 잘 몰랐던 분을 사귈 수 있고, 식사도 함께 하러 가는 등 나름대로 좋은 점도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엔 옷장, 오른쪽엔 책상과 서랍장이 있고, 가운데로 싱글 침대가 창문 쪽으로 놓여 있다. 침대 커버와 베개 커버는 미리 침대 위에 수건과 함께 들어 있는데, 각자 편한대로 깔거나 펴서 사용하면 된다. 창문 밑엔 에어컨이 있어 껐다 켰다, 세게 했다 약하게 했다를 조절할 수 있다. 휘튼은 어떤 날은 아주 더워 내내 에어컨을 켜야 하기도 하지만, 금년은 크게 덥진 않았다.
10여 년 전 왔을 때는 방에서 인터넷이 안 돼 다소 불편했는데, 몇 해 전부터 wi-fi를 일주일에 $20 내고 사용할 수 있다. 대체로 무난한 빠르기였으나 한국처럼 광적인 빠르기는 아니어서 약간 인내가 필요했고, 중간중간 접속이 안될 때도 있었다.
기숙사에서 내가 제일 좋아한 공간은 머리맡에 나있는 하얀색 창가다. 블라인드로 햇볕 방향과 양을 조절할 수 있는데, 새벽에 눈이 떠지면 제일 먼저 하는 일도 창밖을 바라보는 것이고, 책을 읽거나 강의안 ppt를 첨삭하다가도 종종 눈을 돌려 바깥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창가에 앉거나 서서 다른 건물을 보거나 이른 아침에 조별 모임으로 삼삼오오 잔디에 둘러앉아 있는 청춘들을 물끄러미 내다보는 것도 어느새 일과가 되어 있었다. 아마도 잘 가꾸어진 푸른 잔디와 높은 하늘과 잘 어우러진 캠퍼스가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보니 나는 이렇게 대학에서 열리는 어떤 대회나 수련회에 참가할 때 외에는 기숙사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서울에서 다니면서 집에서 다니는 바람에 기숙사나 자취, 하숙은 남들 얘기였다. 유학도 두어 번의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자연히 기숙사 생활을 할 일이 없었다. 편하긴 했지만 집을 떠나 있는 추억과 애환 그리고 낭만은 미처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렇게 잠시나마 집을 떠나 대학 기숙사에 머물게 되면 기분이 묘해진다. 호텔에 비해 약간 불편한 구석이 있고, 모든 게 낯설어 한동안 어리버리해지기도 하지만, 캠퍼스를 산책하면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동안 이내 즐거워지고, 무엇보다도 그 대학이 건네주고 말 걸어오는 전통이랄까 분위기에 쉽게 매료되는 경향이 있다. 올해도 7월 첫 주간을 휘튼에서 보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배울 수 있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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