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동천 나들이
Posted 2012. 4. 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신설동에서 출발하는 주일 오후 서울 산책 네 번째 코스는 조금 흔한 청계천 길로 잡혔다.
교보문고에 가서 시간을 보낼까도 생각했지만, 걸음은 벌써 청계천을 향하고 있었다. 광화문
방면에서 시작하는 청계천 길은 여러 번 걸었지만, 청계 9가 이후는 거의 갈 일이 없었는데,
신설동역을 지나 청계천으로 내려가 왼쪽 길로 접어드니, 개천 폭이 조금 넓어지면서
시내 쪽 청계서천과는 조금 다른 풍경이 전개된다.
성북교 아래엔 오리 두 마리가 한가히 앉아 있었다. 오리는 떠 있는 거나 오리발 저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거나 매한가지로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행여 봄 햇볕에 하얀 깃털이
탈까 봐 교각 아래 그늘 명당 자리를 잡고 세상사를 관조하고 있다. 청계천 자신이 횡으로 난
산책로지만, 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아래로 종으로 여러 산책로가 나 있었다.
서울 강북엔 특징적인 고층 빌딩이 많지 않은데, 아파트인지 주상복합인지 빌딩 두 동이
주변과는 확연히 다른 디자인으로 멀리서도 시선을 끈다. 시내 중심부에 세웠다면 훨씬 명물이
됐을 텐데, 그래도 청계천 일대에선 특징적인 건물로 보였다.
청계천을 흐르게 하려고 청계고가도로를 없애면서 끝 부분 교각 두세 개를 남겨 놓았다.
리듬을 주려고 했는지, 아니면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두려 했는지 하나는 비교적 온전하게,
그리고 반쯤, 또 하나는 철거하다 만 형상으로 남겨 두었다. 철거하다 만 콘크리트 위에
비둘기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얼핏 보면 쌍둥이 건물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좌우가 조금 다르게 생겼다.
설계와 건축에 비용이나 시간이 좀 더 들겠지만, 특히 강변이나 천변엔 이런 예술적인
모양의 건물이 좀 더 많이 생기면 좋겠다.
중간중간 돌틈 사이 조명을 겸해 현위치를 알려주는 팻말이 있는데, 작아서 잘 안 보이긴
해도 너무 흔한 나무 팻말보다 나아보인다. 시발점인 청계광장에서 청계천이 끝나는 고산자교
까지는 딱 5.5km인데, 왕복 11km니 청계천은 생각했던 것보다 긴 길이었다. 그 다음 조금 더
가면 한강으로 이어질 것이다.
걷다 보니 사오십 년 전에 있던 청계천 판자촌을 재현해 놓은 전시관과 청계천 문화관이란
꽤 큰 상설 전시관이 있었다(내일 자로 따로 다룰 것이다^^). 그리고 돌판엔 청계천을 새로
만드는 데 기여한 이들의 이름이 길게 적혀 있다. 물론 맨 처음은 2MB였다.^^ 돈을 낸 건지,
공사에 동원됐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기여를 한 건지는 안 나와 있다.
시내 쪽 청계천 길엔 제법 사람들이 많을 법한데, 이 쪽은 주일 오후 산책 나온 사람들이
가끔 지나갈 뿐 번잡하지 않아 좋았다. 신설동으로 돌아오는 길엔 천변에서 올라와 용신동
골목길로 해서 없는 거 빼고 다 있다는 서울풍물시장을 거쳐 왔다. 휴일 오후 풍물시장엔
사람들로 넘쳐났지만, 강북 도심 골목길엔 개미 새끼 한 마리 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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