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커지고 싶었구나
Posted 2012. 7. 5.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OSTA USA
위튼 대학도 그랬지만 이곳 테일러 대학도 참 나무가 크고 우람한 게 시원하기 그지없다. 캠퍼스 곳곳마다 기본적으로 건물과 건물 사이, 길과 길 사이엔 잘 조성된 잔디밭들이 자리 잡고 있어 낮은 건물들과 함께 캠퍼스를 더 넓게 보이게 만들고, 넓직한 간격으로 심은 키 큰 나무들은 이방인의 눈길을 끌면서 넉넉한 그늘을 제공해 주었다.
나무만 아니라 돌로 만든 둥그런 큰 화분에 심은 꽃들도 참 예쁘고 아름답게 가꿔지고 있었다. 그중 키가 1미터쯤 되는 한 화초가 멀찍이 떨어져 있는 키 큰 나무들을 못내 부러워하더니 지나가는 내게 눈짓해 왔다. 자기를 키가 크게 만들어 달라는 은근한 요청과 함께.
뭐,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몇 걸음 옆으로 옮겨 저 멀리 떨어져 있는 키 큰 나무와 겹쳐 나오도록 각도와 구도만 잡아주면 될 일이었다. 소원대로 이쪽 저쪽을 옮겨가며 셔터를 누르는 것으로 간단히 키를 높여주었다. 이제야 소원을 이뤘다면서 화초는 고마움의 표시로 아랫쪽에 심겨진 예쁜 꽃들을 보여주었다.
기꺼이 도우미가 되어준 멀리 서 있는 나무도 거 좋은 일을 했다며, 마침 불어오는 바람결에 큰 가지를 살짝 흔들어 주었다. 혼자서도 각각 존재의 의미가 있는 나무였지만, 각기 개성을 고집하면서 유아독존 독야청청하지 않고 가끔 이렇게 어울려 지내니 더 존재감이 부각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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