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가 갔다
Posted 2010. 4. 2. 16:49,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우리 시간으로 오늘 아침에 도착해 피로를 풀고 있을 것이다.
이번 방문에서 누이는 전에도 그랬듯이 어머니와 많은 시간을 보내다 갔다. 생신이 끼어 있기도 했지만,
연로하신 어머니의 말벗이 되어 드리고, 방 정리도 해 드리면서 기쁨과 위로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어머니를 모시고 치과와 안과 병원에 가서 진료도 받게 하고, 간단한 눈 수술도 예약해 두었다.
떨어져 살지만, 딸 노릇을 톡톡이 하고 갔다.
아버님 산소에 성묘 가던 날엔 3월 하순 같지 않게 눈이 내려 결국 산소엔 가지도 못한 채 아래 주차장에서
인사만 드려야 했고, 큰 형님을 모신 곳에선 돌아오는 차편이 마땅치 않아 보광동 식구들과 긴 시간을 걸어
내려와야 했다. 누이는 산 사람들만 만나고 간 게 아니라, 돌아가신 분들도 찾아뵙고 간 것이다.
마침 누이보다 열흘 전에 동생도 와 있어서 오랜만에 삼남매가 만나는 기쁨도 있었다. 4남 1녀 가운데
가장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누이를 볼 때, 우리 형제 중 하나만 더 여형제였다면 집안 분위기가 달라져도
한참 달라졌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서로 나이를 먹어가다 보니(나보다 일곱 살 위다), 이번 방문에선 어머니와 아이들 문제만 아니라
서로의 노후 문제도 조금씩 얘기했다. 누이가 다니는 회사는 정년이 62세인데, 4년 반이 남았다며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생각 같아선 2-3일 어머니를 모시고 형제들이 여행을 다녀오고 싶었지만, 그래서 누이가 오랜만에
식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축하하고 싶었지만, 누이는 어머니와 함께 보내는 것으로도 족하다며 사양했다.
내년 이맘때 다시 오겠다고 했지만, 그건 그때 가봐야 알 일일 터이다. 다시 딸을 보낸 어머니가 지금처럼
건강을 유지하셔서 내년에 다시 상봉의 기쁨을 누리시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사진은 누이와 지난주말 아직 덜 핀 양평 개군의 산수유마을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팔당의 강마을다람쥐
도토리국수집에서 기다리다 강변에서 찍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