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하루여행 4 - 산꼬라데이길 모운동
Posted 2012. 10. 19.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두세 주 전쯤 영월 하루여행을 잡아놓고는 워낙에 호스트인 dong님 부부의 여행안내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하다못해 블로그 검색도 하지 않은 터라 동강과 그 동안 dong님의 블로그에서 본 영월 풍경들 외에는 딱히 아무 것도 모른 채 길을 떠났다. 잣봉에 올라 동강 어라연을 본 다음 우리가 향한 곳은 옛 탄광촌 모운동이었다.
가볼 만한 곳이 수두룩한 영월에서 모운동을 가게 된 데는 forest님의 공이 큰데, 최근 사진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해 우리들 사이에 조 작가로 불리는 포님이 운영위원으로 있는 팀이 월말에 단양과 영월로 출사여행을 오기로 한 터라 간단한 답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원래 계획대로 긴 산행을 했다면, 나는 이 마을을 못 보고 올 뻔 했다는 얘기다,
고씨동굴 지나 김삿갓 계곡 못 미쳐 방향을 틀면 예밀리 옆에 있는 모운동 가는 길을 산꼬라데이길 - 꼬라데이는 골짜기의 강원도 사투리다 - 이란 예쁜 이름의 산길을 만나는데, 천 미터가 넘는 망경대산 자락에 구름이 머무는 마을 모운동이 자리잡고 있다. 제법 낭만적으로 들리는 동네 이름과는 달리 이곳은 30년 전만 해도 만 명이 넘게 살면서 석탄을 캐던 탄광촌이었다고 한다.
폐광촌의 운명을 피해갈 수 없어 쇠락해 가던 이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은 건 뜻밖에도 담장에 그린 동화 그림이었다. 그림이 없었다면 정말 별볼일 없이 우중충했을 산골 가옥에 누구에게나 친근한 개미와 배짱이, 백설공주 같은 동화 이야기와 캐릭터를 페인트로 큼지막하게 한두 집 그리기 시작하면서 이 마을은 사람들의 눈에 띄기 시작했고, 산골짜기에 숨어 있는 동화마을로 입소문이 나면서 발길을 불러모으게 됐다.
벽화 가운데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대단한 솜씨라거나 특별하고 기발한 건 하나도 없고, 그저 이발소 그림 같은 화사한 꽃 그림이나 동네 아이들 뛰노는 평범한 동화책 삽화 느낌을 주는 것들이 전부인데, 오히려 이렇게 쉽고 평범한 컨셉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안온감을 선사해 주면서 편안한 옛 정서를 향수처럼 불러일으키는 것 같았다.
동화 벽화 마을로 생기를 찾으면서 새로 이사오는 이들도 있지만, 산꼬라데이 마을의 녹녹찮은 환경을 떠나 사람 살지 않는 빈 집들도 몇 채 보였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우체국도 있고, 마을 광장에서 종종 음악회 같은 문화행사도 유치하면서 특색 있는 자족 마을로 변해 가는 꿈을 꾸는 이들이 있었다.
마을을 어슬렁거리면서 사진을 찍는 우리를 본 사람 좋아 보이는 이장님이 댁으로 우릴 불러 길상사 건너편 가게 주인 효재 씨가 선물했다는 보이차를 내놓았다. 처음 보는 뜨내기 구경꾼들에게도 보이차를 내오는 건 상당한 환대였다. 두 주 후에 60명의 출사팀이 온다는 말에 가이드를 자처하는 열정이 마을을 살려내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오래 이 마을 구경을 하고 떠나려는데, 마침 이 마을 광장에서 늦은 오후에 열릴 연주회를 준비하고 있는 훈남 스타가 저 언덕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나도 좋아하는 연주자지만, 역시 여성팬들의 환호가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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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라데이는 꼭대기가 아니라 골짜기인데요..
거의 산하고 붙여서 산꼬라데이라고 하죠.
오랫만에 들은 말이었어요.
어릴 때 옥동광업소로만 익숙하던 곳이라 모운동이란 이름은 약간 낯설기도 하더라구요.
그때 기억 속에선 탄가루가 뒤덮인 시커먼 마을이었는데 폐광되고 30년 세월에 그곳을 뒤덮은 자연 풍경은 놀랍기는 했습니다.
파헤치면 자연이 보수하고.. 그저 자연에 감사할 뿐.-
서울 촌놈이 강원도 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 하려다가 수정했습니다.^^
산꼬라데이는 참 정감이 가는 말이었어요. 그런 데 사는 분들의 삶은 녹녹치 않겠지만요.
말이 탄광촌, 폐광촌이지 처음 방문하는 저희 눈엔 깊은 산골짜기에 자리잡은 멋스런 마을로 보였는데,
옛 기억을 갖고 계신 분들에겐 감회가 달랐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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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다음편 기대하시라... 같은 글로 끝맺음을 하시고.
저도 다음편 기대합니다. ㅋ
근데 왜 산꼬라데이를 땅꼬라데이로 제목을 쓰셨어요?
저는 이 모운동의 느낌을 제대로 가져오지 못한 것 같아서
다음에 갈 때 이곳의 흠뻑 느끼고 오고 싶더라구요.
못가본 폐광까지 가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을런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추억이 되는 여행입니다.^^-
어이쿠! 이거 오늘 오타 작렬인데요.^^
그만큼 이 길 이름이 인상적이어서 제 머릿속에서 이 말 저 말이 왔다갔다 했나 봐요.
곧 출사 가실 테니 더 깊이 건져오실 수 있을 텐데요. 저도 한 번 더 가고 싶은 동네에요.
그땐 누룽지도 나온다는 곤드레밥집 데려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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