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하루여행 5 - 이루마를 만나다
Posted 2012. 10. 20.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모운동 동화벽화 마을을 둘러보고 있는데, 두어 시간 뒤에 바로 이곳에서 연주회가 있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야외 연주회장으로 쓰일 광장에는 무대가 설치돼 있고, 기술팀이 음향과 조명 등을 점검하고 있었다. 광장 뒷편에 붙어 있는 집은 새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오늘의 연주자 피아니스트 이루마 씨를 테마로 삼은 것 같았다.
다른 벽화는 이 동네 사람들이 그렸지만, 이 벽화는 이루마 팀에서 직접 나와 그리고 있는 것 같았다. 바닥에 늘어놓은 페인트통이 전문적인 환쟁이 필이 났고, 그래선지 그림이 좀 격조가 있어 보였다.^^ 5시부터 7시까지 하는 공연이니까 아마도 끝날 때쯤 되면 산골은 깜깜해져 있고, 조금 이른 시간이기는 해도 별들이 떠 있어 환상적인 무대와 연주가 펼쳐질 것이다. 이런 건 돈 주고도 쉽게 볼 수 없는 스페셜 공연이다.
이 선골짜기 마을에서 어떻게 이런 유명 연주자의 콘서트가 열릴 수 있었을까? 전체 인구가 4만 명이 채 안 되고, 문화 행사를 유치할만한 인프라도 부족해 이루마 같은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영월과 같은 시골(?) 무대에 오른다는 건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그림인데, 영월과 이 동네의 의식 있는 사람들이 나서고 연주자의 재능 기부가 결합해 성사될 수 있었다고 한다. 영월 시내에 내건 공연안내 현수막을 보고 벌써부터 여러 학생들이 와서 기다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집에 좀 늦게 올라가더라도 남아서 이루마의 연주를 눈앞에서 보고 듣고도 싶었지만, 너무 지체될 것 같아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리려는데, 짜잔~ 저 앞에서 귀공자 타입의 이루마 씨가 걸어오고 있었다. 산꼬라데이 동네에 갑작스런 스타 출현에 여성들은 반색하며 다가가 사진을 요청했고, 씨는 귀찮아하는 표정 없이 기꺼이 응해주었다. 싸인을 요청하는 이들에겐 일일이 싸인해 주는 친절한 면모도 볼 수 있었다.
단지 사진만 같이 찍어주는 게 아니라 여행 오셨냐, 어디서 오셨냐를 방송에서 들었던 그대로 특유의 조용조용하면서도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묻기도 하는 젠틀한 사람이었다. 씨의 음악만큼이나 진솔한 느낌을 주는 순간이었다. 함께 사진 찍지 못한 건 별로 아쉽지 않지만, 조금 무리해서라도 남아서(남자고 우겨서) 이루마가 눈앞에서 연주하는 선율에 젖지 못한 건 못내 아쉽다. 어쨌든 Thank you, Yiru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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