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하루여행 6 - 이정표로 가 보는 모운동
Posted 2012. 10. 21.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고씨동굴 지나 김삿갓 계곡 못 미쳐 모운동으로 가는 길은 눈부실 정도로 빠알갛고 탐스럽게 열린 사과 과수원 앞에 세워 놓은 세련된 판화 글씨 이정표로 시작됐다. 모운동은 강원도 산골짜기를 여기 사람들이 부르는 산꼬라데이에 자리잡고 있었고, 그 길은 번듯한 로고와 함께 잘 디자인된 산꼬라데이길의 일부였다.
제주 올레길이 몰고 온 동네마다 길 만들어 이름 붙이기 열풍은 이곳까지 불어와 이 동네도 제법 멋드러진 이름의 길을 갖게 됐다. 부르기도 좋고, 듣기도 멋스러운 이 길은 한글과 영문 로고에 길 모양의 날렵한 로고 타입까지 갖춘 아주 세련된 모양새를 띠고 있었다. 동판에 새긴 거나 나무판에 새긴 것 모두 웬만한 길은 울고 갈 정도로 잘 만들었다.
건너편 산봉우리와 마을이 그대로 비치는 투명한 유리 안내판에 그린 약도로 볼 때 아무래도 상당한 미적 감각을 지닌 이들이 이 길을 만들고 이름 붙이고 가꾸고 있는 것 같았다. 도처에 범람하는 약간 멋대가리 없는 도로 안내판이나 길 이정표들이 여기 와서 견학하고 배워가면 좋을 듯 싶었다. 낙엽송 삼거리, 만경사길, 피톤치드 로드, 명상길, 광부의 길, 솔숲길, 싸리재 삼거리 등 길 이름이 하나 같이 정겹다.
우리가 출발한 곳은 산꼬라데이길이 끝나는 지점이었는데, 길이란 게 서 있는 곳부터 시작해 돌아다녀도 하등 지장이 없으니 굳이 시점을 찾을 일은 없겠다. 이 다음에 정말 시간이 많이 남게 되면 일부러 찾아와서 이 길 전체를 걸어보는 것도 해볼만 하겠지만, 지금은 일단 모운동을 찾아 가는 일이 급선무다.
모운동 마을은 김삿갓면의 주문리와 예밀리 사이에 있는 산동네다. 하루에 몇 대가 다니는지 모르겠지만, 이 산동네까지 버스가 올라오니 시간을 잘 맞추고 갈아타면 영월역에서 대중교통으로도 접근이 가능할 것 같다.
시골 산동네 버스 정류소가 웬만한 도시의 그것 부럽지 않게 세련된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통유리창은 기본이고, 나무판을 깔아 바닥을 높이고, 지붕도 얹은데다가 앉아서 기다리는 의자도 세련되게 만들었고, 뒤로는 주변 풍경을 담은 사진판넬까지 갖출 건 다 갖추고 있었다. 그러니까 촌동네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여기도 마음만은 턱별시이기 때문이다.^^
모운동 마을에서 다시 영월 시내로 내려오는 길에도 다른 모양의 이정표가 군데군데 서 있었다. 물론 나무가 지천인 산동네라서 기본 재료는 튼실한 나무다. 올라갈 때는 오른쪽으로 나 있던 방향 화살표가 이제 돌아가려면 왼쪽으로 나 있으니 대충 반 바퀴 정도를 돌아 나온 듯 싶었다.
산꼬라데이길 종점에서 올라가서 시점 쪽으로 돌아내려오는 중턱에 모운동 마을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 포인트가 있었다. 미시적으로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거시적으로 마을을 한 눈에 내려다 보니 시원하다. 운전하는 이들을 위해 너무 경치에 취하지 말고 조심 운전하라며 꼬부라진 길과 경사도를 표시하는 화살표 표지판이 우뚝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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