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가 좋나, 세로가 낫나
Posted 2013. 2. 1.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
일반적으로 가로로 된 사진이 찍기도 쉽고 보기도 편한데, 세로로 된 사진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구도와 느낌을 못 당할 때가 있다. 와이카토 대학의 연못 풍경이 수려해 코스타가 열리는 동안 종종 가서 잔디에 앉아 바라보며 쉬거나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걷곤 했는데, 같은 풍경을 가로 세로로 따로 잡아 보니 조금 분위기가 달라보였다. 서로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다.
전문 사진가도 아니고, 렌즈를 바꿔 끼는 큰 카메라로 찍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어떤 풍경 앞에 섰을 때의 감흥이란 게 있게 마련이라 간혹 세로로 잡아 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그냥 손 쉽게 가로 사진을 즐겨왔다. 각각 담을 수 있는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동상이몽 같은 그림이 나오게 마련인데, 무엇을 담느냐 못지 않게 무엇을 버리느냐를 순간적으로 고민하다 자신 없으면 그냥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 보는 것 같다.
호수 주변엔 나무들이 많았는데, 물가에 심은 나무들이니만치 호수면 쪽으로 가지를 내린 것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나르시스의 특기였던 수면 얼굴 비추기는 나무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주변 풍광도 좋은데다 잔잔하고 고요한 수면 앞에선 자신을 비춰보고픈 열정이나 호기심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역시 가로 세로가 일장일단이 있어 보이는데, 우열을 가리는 건 무모한 짓이고, 취향에 따른 선호도 정도는 허용할 수 있겠다. 가로나 세로나 그날 내가 그 자리에서 본 것들을 제대로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온전히 재현할 수도 없는 한계가 있다. 그래도 이렇게 기록해 두지 않았다면 그저 머릿속에만 남아 있다가 시간과 함께 서서히 기억 저 편으로 사라졌을 이 풍경들을 아쉬우나마 꺼내 추억할 수 있으니, 어딜 가든 무얼 보든 되든 안 되든 열심히 찍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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