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는 어디서나 볼 수 있구나
Posted 2013. 7. 1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6월 마지막날이 주일이어서 오후에 자연스럽게 상반기 마지막 산행을 다녀왔다. 30도가 넘는, 다시 장마가 오기 전의 굉장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길래 집에서 쉬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고역이라 배낭 메고 검단산을 유길준 묘소 방면으로 올라가 곱돌약수터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3주 전에 다녀온 코스다. 피하고 싶은 약간 지루한 코스였지만, 차를 몰고 다른 산 가기도 뭐해서 쉽지만 평범한 길을 나섰다.
야생화 이름을 잘 모르고 구별도 잘 못한다고 이실직고한 바 있는데, 개망초는 여기저기 흔하게 볼 수 있어 이번에 확실히 이름을 불러줄 수 있게 됐다. 나로선 굉장한 진일보다.^^ 아마도 검단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핀 개망초일 듯 싶은데, 오르막길 바위 옆으로 키를 자랑하듯 반듯이 자란 개망초 서너 송이가 피었거나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말 신기한 게, 이름을 제대로 알고나서부터는 전엔 수없이 지나치면서도 거의 의식하거나 인식하지 못했던 게 마치 밀어두었던 계를 타듯 우루루 눈에 띄고, 마음이 가게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 동네와 사무실 근처는 물론이고, 심지어 매일 지나다니는 고속도로변에도 피어 있는 걸 비로소 알아차리게 됐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온 동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꽃이었다.
조그만 게 은근히 이쁘기도 하다. 확 시선을 잡아끄는 굉장한 매력은 없어도 자주 봐도 물리지 않는 소소한 아름다움을 지닌 꽃 같다. 이름만 조금 예뻤으면 좀 더 대접 받을 만한 꽃 같은데, 우리가 즐겨 쓰지 않는 개와 망 두 글자를 한데 갖고 있어 평가절하되는 것 같다. 까짓 거, 이름이 뭐 대수랴. 서로 알아보고 반기면 그만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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