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사 은행나무
Posted 2013. 11. 1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오랜만에 띠동갑 손위 처남 내외와 용문사 은행나무를 찾았다. 주차료 4천원을 내고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다음, 입장료 2천원을 내고 슬슬 10여 분 걸어 올라가면 용문사가 나오고 천 미터가 조금 넘는 용문산 등산로가 시작된다. 은행나무는 절터 바로 앞에 있는데, 벌써 잎이 다 떨어졌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위용으로 산객들을 맞아주었다.
천 년이 더 됐다는 이 은행나무는 굳이 등산하러 오지 않거나, 절에 다니지 않는 이들도 일부러 보러 찾아오는 이 일대 명물이다. 남한산성 같은 데와 비교해 주차료와 입장료를 각각 반씩만 받는 게 적당하다고 여겨지지만, 이 나무의 연세를 고려하면 가끔 그 정도는 내고 와서 볼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은행잎과 은행이 거의 떨어지는 바람에 졸지에 속살을 보게 됐지만^^, 덕분에 이 나무가 얼마나 크고 우람한지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1,100살이 되셨고, 높이가 42m, 밑둥 둘레가 자그마치 15m에 이른다니, 가히 명물(名物)에 장관(壯觀), 명불허전(名不虛傳)이 아닐 수 없었다. 잎과 열매가 그대로 달려 있을 땐 또 그대로 더 수려한 멋을 보여주는데, 명품은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그리 흠잡을 데가 없다는 걸 입증해 주는 것 같았다.
이 나무를 보면서 어떤 이들은 그 높이를 손꼽고, 또 어떤 이들은 그 둘레에 압도되곤 하는데, 난 둘 다 손들어 주고 싶었다. 이건 그냥 나무가 아닌 것이다. 삶이고, 역사이고, 세상이고, 우리가 형언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이 나무 안에, 이 나무와 함께 존재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큰 나무에서 떨어지는 은행잎과 은행을 바라봤다면 그 또한 장관이었겠다 싶은데, 워낙 크고 높고 많아서인지 바닥에 까만 그물을 넓게 둘러놓고 그 위로 낙하하게 만들었다. 까만 그물 위에 사뿐히 앉은 노란 은행잎들은 마치 바다 물결처럼 반짝였고, 사이사이로 씨알 굵은 은행들이 수도 없이 떼굴떼굴 구르고 있었다. 군데군데 은행만 따로 모아 담아놓은 비닐꾸러미들이 대여섯 개가 더 됐다.
용문사 은행나무가 유명해진데는 그 옆에 멀찍이 간격을 두고 더 높이 뾰죽하게 세워놓은 피뢰침 철탑도 한몫 거들었다. 낙뢰로 인한 피해를 입었던 이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보다 훨씬 키가 큰 철탑을 세웠고, 그 꼭대기에 피뢰침을 달아놓아 더 이상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었다. 절간 앞 철탑이 자연미를 손상시키긴 해도 고육지책일 테니, 이것도 한데 어울려 풍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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