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sii Tokyo 2 - 이자카야에서 먹은 사시미
Posted 2013. 7. 1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한국에서 이자카야에 한 번 가 보자고 하다가 못 갔는데, 주당(酒黨)은 아니지만 본고장 일본에 와서 안 가 볼 수 없어 우에노역 먹자골목에 있는 집 가운데 자리가 있는 집을 찾았다. 일본어도 할 줄 모르고, 영어 메뉴도 없어 고민하다가 가게 앞에 세워 놓은 배너에 있는 메뉴 둘을 시켰다. 아는 메뉴라곤 나마비루와 사시미밖에 없었지만, 뭐 대충 알아 듣더군.
스시집이나 횟집도 아니고 선술집 이자카야의 사시미가 뭐 있겠어 할 수도 있겠지만, 일본 이자카야에선 시켜보니 이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잘 나오고 맛있었다.^^ 한 접시에 980엔 받는 사시미가 살아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우리네 횟집들마냥 얄팍하고 길게 썰어 감질나게 하지 않고 너댓 종류의 횟감을 꽤 두툼하고 넓적하게 썰어 예쁘게 담아 냈다.
일단 색감이 죽여주고, 뭘 먼저 집을까 고심하다 짐짓 덜 급한 척 하면서 각자 한 점씩 집게 한 다음 남은 것 중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는데, 으아~ 살살 녹는 게 그만이었다. 네 식구니까 종류당 넉 점씩 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식구마다 못 먹어 보는 게 있다. 맛도 좋은데다가 가격도 훌륭해 당근 한 접시 더! 똑같이 나오지 않고 조금 다르게 나왔다.
체면불구하고 첫 번째 접시에선 차례가 오지 않았던 고등어부터 찜했다. 약간 과장해 표현하자면, 얼마나 먹고 싶었던 녀석이던가! 진한 고소한 맛에 살짝쿵 고등어 특유의 비린 맛과 짭짤한 맛이 혀 위에서 복합적으로 굴러갔다. 참치나 연어와는 또 다른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근데, 인간적으로 한두 명은 고등어회를 너무 비리다며 못 먹겠다고 해야 못 이기는 척 하면서 한두 점 더 차례가 올 텐데, 쩝! 다들 맛있댄다.
380엔 짜리 조개탕은 그림에서 볼 땐 제법 커 보였지만 작은 바지락탕이었다. 냄비도 작고, 그 안에 담긴 조개도 작아 순간적으로 실망했지만, 국물이, 국물이 끝내주는 맛이었다, 대단한 맛집을 찾아온 것도 아니고, 웬만한 골목 어디서나 있을 법한 선술집에 앉았을 뿐인데, 우리가 시킨 사시미와 조개탕은 웬만한 맛집이 명함을 내밀기 어려울 정도로 근사했다.
원래 우리가 우에노를 찾은 이유는 굉장한 쯔께라멘이 있다길래 온 건데, 넷이 함께 앉을 자리도 없고, 오래 걸어 다들 시원한 음식을 찾아 골목길을 배회하던 차에 마침 바깥쪽 자리가 나길래 우연히 들어간 집에서 늦은 점심으로 먹은 텐동에 이어 잊을 수 없는 도쿄의 두 번째 맛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가게 이름이 뭐냐고 종업원에게 물어 들을 땐 알 것 같았는데, 써 두거나 녹음해 두지 않아 뭐라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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