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퇴도 기술이다
Posted 2013. 11. 3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종일산행용문사에서 출발하는 용문산(1,157m) 등산로 시작점이다. 양평 일대의 산은 한화 콘도에서 출발하는 유명산(864m)까지만 가 보고, 천 미터가 넘는 이 산, 그리고 그 옆에 있고 봉우리가 뾰죽한 삼각형 형태라 어디서나 눈에 띄면서 한국의 마테호른이라 불리기도 하는 백운봉(940m)은 아직 못 가 봤다.
초입에는 등산로 안내지도와 함께 이정표 기둥, 그리고 이런저런 현수막 외에도 안내판을 두 개나 더 세워 놓았는데, 자주 오는 이들이야 바로 올라 가겠지만, 처음 오는 이들은 아무래도 모든 게 낯설어 등산 한 번 하기 힘들겠다.^^
등산로 초입에 있는 안내판은 거의 대부분 등산 주의사항을 담고 있는 것들인데, 이 산은 특이하게도 두 개나 세워 놔서 초장부터 너무 겁을 주는 것 아닌가 하며 읽어봤더니, 내용도 다르고 만든 데도 달랐다.
진한 흑갈색 나무 무늬 바탕에 흰색 글자로 써놓아 약간 세련돼 보이는 건 이 산의 관리 주체인 양평군에서 만들어 놓은 공식 안내판으로, 다른 산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어투도 부드럽고 기본적인 주의사항들을 잘 정리해 놓았다.
빨간색과 노란색 바탕에 고딕체로 써놓은 건 소방서에서 만든 것으로, 무슨 군부대 구호를 보는 것 같았다.^^ 조금 촌스러워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알아두면 유용하고 요긴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3번 항목이 압권이었다.
후퇴나 포기도 등산 기술의 하나다 같은 건 다른 데선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내용으로, 읽는 순간 무릎을 치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길을 잃었다고 판단되면 산행 리본이 보일 때까지 무조간 후퇴하라든지, 위기가 닥치면 그 자리에서 5분 동안 생각하라 같은 주의사항은 베테랑의 조언을 바로 옆에서 듣는 것 같은 아주 요긴한 정보와 노하우였다. 용문산이 맘에 들기 시작했고, 조만간 올라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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