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프리덤 - 재밌는 가게 이름들
Posted 2014. 1. 1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아주 오랜만에 이태원 나들이를 했다. 몇 달 전부터 약속된 한남동에서 모이기로 했던
모임이 전날 취소됐는데 미처 연락을 받지 못하고 나갔다가 갑자기 점심시간대를 전후한
시간공백이 생겨 내친김에 두 시간 넘게 한남동 골목길로 해서 이태원 골목길 산책을 하게 된
것이다. 한겨울이기도 하고 이 동네 가게들의 영업시간이 아닌 시간대인지라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이 많고 오가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아 호젓한 산책을 할 수 있었다,
시선을 끌었다. 정감이 넘치는 이름이었다. 간판에 사용한 폰트도 손글씨체인데다가 외관
인테리어도 아기자기하게 해 놓은 게 동네 골목 카페로 정말 손색이 없었다, 분위기도 괜찮아
들어가서 커피 한 잔 하고 싶었지만, 문앞에 어젯밤 걸어놓은 듯한 손액자 칠판이 발걸음을
돌리게 만들었다.
메인 스트리트인 해밀턴 호텔로 해서 녹사평역에서 해방촌 가는 길 초입에 있는 언덕 위엔
g가 잘 가는 카페 보통이 있고, 그 옆에 또 재밌는 이름의 펍이 있었다. 이름하야 겸손한 술집,
영어 이름 Modest Pub은 제법 그럴듯 했다. 이런 이름을 붙인 연유는 뭘까. 주류와 안주가
대체로 값이 싸기 때문일까, 아니면 주인이나 종업원, 손님들이 이런 성품을 가졌단 말일까.
조금 더 가자 빵집이 하나 있었는데, 상호는 따로 없고 그냥 빵이었다. 자신감의 발로일까,
귀차니즘의 전형일까. 안을 보니 테이블도 없고, 진열된 빵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데, 이런저런
재료들만 잔뜩 보였다. 빵을 만들고 있는 건지, 굽고 있는 건지 주인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 한 분이
안쪽으로 왔다갔다 분주했는데, 빵맛 한 번 보고 싶었지만 아직 빵 나올 시간이 아닌듯 싶어서
눈팅만 했다.
경리단길 못 가서 긴 언덕길을 올라 하얏트 호텔에 이른 다음 다시 대사관들과 양옥집들이
있는 골목으로 해서 6호선 한강진역으로 내려왔으니 한남동쪽 이태원부터 남산쪽 이태원까지
제법 걸었다. 이 동네 부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우리 어렸을 땐 미 8군 병사들을 빼곤
외국인이라곤 없던 때였고, 큰길가는 몰라도 이런 골목길엔 카페는 물론 가게들도 거의 없었는데,
풍경이 많이 변했다. 내가 오히려 낯선 방문객이 되어 두리번거려야 했다.
'I'm wandering > 동네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 담쟁이(Snow Ivy) (4) | 2014.01.26 |
---|---|
이태원 프리덤 - 다니던 국민학교 주변 (2) | 2014.01.14 |
추운 날 (6) | 2014.01.11 |
갑작스런 눈폭탄 (4) | 2013.12.28 |
등산로 낙엽길(2) (2) | 2013.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