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온 날 벤치 놀이
Posted 2014. 1. 2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
모락산 사인암을 점심 산책길로 잡은 지도 어언 7-8년이 됐다. 사무실에서 사인암 가는 길은
빠를 땐 20분, 보통은 25분 정도에 천천히 올라갈만한 오르막길인데, 처음 10분 정도 올라가다
보면 숨이 차오를만한 지점에 벤치 세 개가 삼각 구도로 놓여 있다. 처음엔 여기까지만 갔다가
내려오기도 많이 했었다. 돌아서서 내려가고픈 유혹을 꾹 누르기 시작하면서 슬슬 사인암까지
갔다올 수 있는 다리힘이 생겼다.
한겨울산의 벤치가 있는 픙경은 적막하고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데, 마침 내린 눈으로 벤치에
눈이 수북이 덮여 풍경이 볼만 했다. 눈 내린 다음날 올라가보니 벤치 두 개엔 눈이 그대로 덮여
있고, 하나만 앞서 올라온 이가 숨이 차서 잠시 앉았다 갔는지 반쯤 눈이 쓸려 있었다. 혼자 앉기엔
남고 둘이 앉기엔 조금 애매하게 쓸어 놓았다. 장갑 낀 손으로 급하게 쓱쓱 쓸어냈을 텐데,
다음에 올라오는 이들을 위해 좋은 일을 했다.
아무래도 올라오면서 처음 보이는 벤치의 눈을 털어내는 바람에 그 뒤로 놓여 있는 두 번째
벤치는 눈이 덮인 그대로 고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람이 흐트러 놓지 않더라도 바람이
세게 불거나 따뜻한 햇볕을 받으면 녹아 없어지겠지만, 그때까지 이 순백색 벤치는 고고한
아름다움을 뽐낼 것 같다. 다가가지 않고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 벤치였다.
빠를 땐 20분, 보통은 25분 정도에 천천히 올라갈만한 오르막길인데, 처음 10분 정도 올라가다
보면 숨이 차오를만한 지점에 벤치 세 개가 삼각 구도로 놓여 있다. 처음엔 여기까지만 갔다가
내려오기도 많이 했었다. 돌아서서 내려가고픈 유혹을 꾹 누르기 시작하면서 슬슬 사인암까지
갔다올 수 있는 다리힘이 생겼다.
한겨울산의 벤치가 있는 픙경은 적막하고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데, 마침 내린 눈으로 벤치에
눈이 수북이 덮여 풍경이 볼만 했다. 눈 내린 다음날 올라가보니 벤치 두 개엔 눈이 그대로 덮여
있고, 하나만 앞서 올라온 이가 숨이 차서 잠시 앉았다 갔는지 반쯤 눈이 쓸려 있었다. 혼자 앉기엔
남고 둘이 앉기엔 조금 애매하게 쓸어 놓았다. 장갑 낀 손으로 급하게 쓱쓱 쓸어냈을 텐데,
다음에 올라오는 이들을 위해 좋은 일을 했다.
아무래도 올라오면서 처음 보이는 벤치의 눈을 털어내는 바람에 그 뒤로 놓여 있는 두 번째
벤치는 눈이 덮인 그대로 고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람이 흐트러 놓지 않더라도 바람이
세게 불거나 따뜻한 햇볕을 받으면 녹아 없어지겠지만, 그때까지 이 순백색 벤치는 고고한
아름다움을 뽐낼 것 같다. 다가가지 않고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 벤치였다.
그리고 이 둘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만든 세 번째 벤치는 올라갈 때만 해도 아무도 손대지
않고 고요한 상태였는데, 내려올 때 보니 그새 내 뒤에 온 이가 심심했던지 제 이름 자를 쓱쓱
써 놓았다. ○수, 뒷 자는 선명하게 보이는데, 앞 자는 잘 안 읽혀졌다. 요즘은 이렇게 눈속에
이름 남기는 이가 별로 없는데, 아마도 산에 자주 오지 않거나 오랜만에 운 내린 산을 찾은
순진한 양반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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