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새해 첫 해맞이
Posted 2016. 1. 1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
1월 1일에 0자 하나 더 붙은 1월 10일 주일 새벽 미명(未明)에 집앞 검단산을 향했다.
요즘 우리 동네는 7시 45분이 지나야 동이 트니 1시간 30분 전쯤에 집을 나서면 정상에서
일출을 볼 수 있으리란 생각에 6시 20분에 보온병에 물을 채우고 헤드 랜턴을 이마에 차고
출발했다. 아파트 단지 벗어나 개울을 건널 땐 온통 깜깜하고 유길준 묘소까지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지날 때까지도 새벽 어스름은 가시지 않았다.
영하의 날씨긴 했지만, 바람도 없고 추운 기미도 없어 앞만 보면서 40분 정도 타박타박
걸어 능선에 오르니 막 사위(四圍)가 밝아오고 있었다. 정상 가기 전에 일출을 볼 수 있는
전망대까진 고도가 3백 미터 가까이 높아지면서 돌계단에 나무계단이 힘을 빠지게 만드는데,
그나마 능선 왼쪽으로 보이는 정상 쪽 하늘이 살짝 붉은 기운을 띠기 시작해 잘하면 일출을
볼 수 있겠단 기대를 갖게 했다.
부지런히 헬기 표시 지점을 지나 정상에 이르니 예상보다 조금 늦어 8시쯤 됐는데,
다행히 야구공, 아니 골프공만한 해가 구름 사이를 뚫고 올라오고 있었다. 해맞이에 걸맞는
둥그렇고 커다란 해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기분은 낼 수 있었다. 겨울철이라 그런지 동쪽이
아니라 동남쪽에서 떠올랐는데, 간지나는 1인용 블랙 다이아몬드 텐트를 치고 정상에서
밤을 보낸 이도 있었고, 십여 명의 등산객들이 일출을 보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5분 정도 머물다가 슬슬 애니고 방면으로 내려왔는데, 하산길에 헐떡고개를 이제 막
오르기 시작하는 등산객들을 마주치면 기분이 묘하다. 처지가 바뀌었을 때 하산하는 이들이
얼마나 부러웠던가. 그래도 저들도 곧 힘든 코스를 지나 정상에 이를 텐데, 구름에 숨었던
해가 인심 쓰듯 다시 모습을 드러내주면 얼마나 신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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