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관음죽
Posted 2014. 2. 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설날 오후 일산에 있는 큰처남 집에서 오랜만에 처갓집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우리 결혼할 땐 처가가 도곡동에 있었는데, 신도시 건설이 시작되면서 분양 받아 이사간 지 올해로 꼭 20년이 됐다. 햇수를 기억하는 건, 같은 해에 우리도 하남으로 이사했기 때문이다.^^ 신도시 바람이 불면서 우리도 몇 군데에 신청을 했지만 엄청난 경쟁율로 다 떨어졌는데, 마침 하남 신장에서 목회하고 있던 작은 처형네의 소개로, 별 기대 없이 넣어본 게 당첨이 됐다.
한동안 설과 추석은 물론이고 장인, 장모님의 생신 때나 이런저런 일로 거의 매달 하남에서 일산까지 65km를 달려 들락날락하다가 10여 년 전에 장인 어른이, 작년에 장모님이 돌아가신 다음엔 아무래도 발길이 뜸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부터는 조카들이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으면서 명절도 자연스레 직계 가족들 중심으로 모이게 돼 자주 찾게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찾은 처갓집에서 3대가 어울려 먹고 정겨운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문득 베란다를 바라봤는데 오래된 관음죽 화분 두 개가 반겨주었다. 같은 나무면서도 품종이 조금 다른지 하나는 키가 훌쩍 크고, 다른 하나는 아담한 게 둘이 잘 어울려 처갓집에 올 때마다 즐겨 보곤 했었다. 낚시와 서화(書畵)와 함께 화초를 좋아하시던 장인 어른이 가꾸시던 것들인데, 그러고보니 10년이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14층 남향 베란다는 화초들이 자라기에 충분한 햇볕을 사철 제공해 강산이 한 번 변하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한 푸르름과 싱싱함을 유지하게 하는 것 같았다. 반갑기 그지없었고, 장인 어른이 호스로 물을 주시는 장면이 떠올려졌다. 그동안 물이야 처남이 주었겠지만, 그 전부터 자신들을 곱게 가꾸고 이뻐해주던 손길을 기억하고 있기에 지금까지 이렇게 잘 자라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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