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생신상
Posted 2014. 3. 1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원래는 지난주 화요일이 어머니 생신이었는데, 식구들이 모이기 편한 토요일 저녁에 조촐한 생신상을 차렸다. 누나가 잡채를 하고, 동생네가 포항에 과메기를 주문하고, 형수님이 매콤한 닭강정을 해 오시고, 아내가 갈비찜과 샐러드, 물김치를 해서 상이 푸짐해졌다. 거실에 교자상을 펴려다가 식탁에 코스코 테이블을 붙이고, 각 방에 있는 의자들을 총동원해서 둘러앉았다.
어머니는 슬하에 6남매를 두셨는데, 아버님과는 35년 전에 사별하시고, 큰 딸을 6.25 피란 때 잃고, 장남과 차남을 십여 년 전에 먼저 보내는 아픔을 겪으셨다. 자식 여섯 가운데 반인 셋만 남았는데, 또 그 중에 둘은 외국 생활을 하고 있어 이렇게 생신이나 명절이 돼야 한두 주 얼굴을 보는 정도다. 내년이면 90이 되는 장수를 누리고 계시지만 신체적 쇠약과 함께 어쩔 수 없이 쓸쓸한 노년을 보내시고 있다.
즐겁고 풍성한 생신상 얘길 하다가 잠시 곁길로 샜다.^^ 다 맛있었지만, 이날 특히 젓가락이 바삐들 움직인 건 아무래도 평소 접할 기회가 적은 과메기와 갈비찜이었다. 그동안 과메기는 꽁치로만 만드는 걸로 알았는데, 동생이 주문한 걸 보니 청어로도 만드는 모양이다. 청어와 꽁치 한 팩씩 왔는데, 제수씨가 좀 더 먹기 좋으라고 껍질을 미리 벗겨내서 한 입 크기로 잘라 놓았다. 원래는 물미역에 싸 먹는다는데, 우린 봄동에 쪽파, 마늘, 고추 등을 넣고 쌈싸 먹었다.
소갈비는 교회 옆 임박사 정육점에서 3.5kg를 사서 물에 담그고 핏물을 뺀 다음 밤과 대추, 당근 등을 넣고 한참을 끓여 맛을 냈는데, 잔치 음식으로는 아주 제격이어서 절찬리에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다른 음식도 있고 해서 양 귀퉁이 뼈 부분을 갈비탕용으로 떼어 놓아도 충분하겠거니 싶었는데, 다들 갈비맛 본 지 한참됐는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없어져 난 별로 손을 못 댔다.^^ 다음엔 5-6kg는 사야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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