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떡고개
Posted 2014. 5. 2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헬기장을 지나 얼마 안 있어 시작되는데 사람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 계절에 따라 그 통과
시간이 단축되거나 연장되겠지만, 초행길엔 중간에 두어 번 숨 돌리는 시간을 감안해도
보통 30-40분 정도면 정상을 밟을 수 있다.
고개에 헐떡이란 이름이 붙게된 데는 경사가 제법 되는 오르막길이 10여 분 이상 계속
펼쳐지면서 땀을 흘리고 호흡이 가빠져 헐떡거리게 만들면서 다리힘이 풀려갈 때쯤 마지막
계단이 나오고,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으로 이어지는 데서 연유했을 것이다.
대개 이런 헐떡고개는 끝이 잘 안 보이면서 초입부터 험하기 마련인데, 마음과는 달리
성큼성큼 한 걸음에 내딛기 만만찮은 돌계단들이 몇 번 커브를 틀면서 줄기차게 이어져
보는 것만으로도 맥이 빠지게 만들고, 중간쯤 돼선 문자 그대로 진퇴양난의 곤란한 상태로
밀어넣는다. 실제로 처음엔 두어 번 중간에 포기하고 그냥 내려오기도 했다.
들리는 새소리를 듣는 즐거운 순간도 있지만, 사실은 이렇게 살짝 힘에 부치는 고갯길을
오르내리면서 봉우리에 오르는 맛으로 하는 건데, 그래도 이렇게 길고 험하게 이어지는
헐떡고개는 어쩔 수 없이 오르내리긴 하지만 그리 반가운 존재는 아니다. 재밌는 것은,
그렇다고 이런 코스가 없으면 편하긴 하지만 심심하고 지루하기 쉽다는 것이다.
끝이 안 보일 것처럼 이어지던 헐떡고개도 어느덧 저 앞에 조각구름 같이 끝이 보이기
시작해 점점 하늘 풍경이 드러나면서 마침내 끝이 나는데, 능선에 오른 그때쯤이면 기분도
끝내준다.^^ 물론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해서 쉽게 끝이 나는 건 아니다. 마음과는 달리
무거워진 발걸음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않으면서 꾸물거리기 때문이다.
더 가야 한다. 그래도 방금 전까지의 헐떡고개에 비하면야 이건 껌이다.^^ 위로 탁 트인 정상이
보이기 시작하고, 앞서 올라 거길 유유자적 거닐고 있는 이들이 부럽기 그지없지만, 이내 그
대열에 합류하면서 정상이 보여주는 멋진 주변 풍경들을 만끽하노라면 역시 헐떡고개를
지나 여기까지 올라오길 잘했다고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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