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꽃
Posted 2014. 5. 2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점심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면 계원대 후문과 보리밥촌 공용 주차장 사이에 작은 텃밭을
지나게 되는데, 보통 땐 아무것도 안 심겨져 빈 땅, 맨땅으로 있지만, 요즈막엔 파를 심어
파밭을 이루고 있다. 바로 옆으로 주차장이 있고, 등산객들과 산보객들이 많이 지나다니는지라
이렇게 파나 채소를 잔뜩 심어두면 혹여 서리해 가지나 않을까 염려되지만, 어쨌든 덕분에
특별할 거 하나 없이 심심하기만 하던 풍경이 아연 활기를 띄고 있다.
싱싱하게 잘 자란 대파들은 보통은 40-50cm에서 큰 놈은 60cm에 이르는데, 하나같이
싱그런 모습들이다. 파를 영어로 spring onion이라고 부르는데, 봄철 대목을 맞은 모양이다.
위에서 보면 다 비슷해 보이고 얌전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가지런하게 자라지만은 않고
서로 어긋나 있기도 하고 키라도 재고 발을 거는 듯 장난질하다가 들키기도 한다. 뚝 꺽어서
고기 먹을 때 파무침을 하거나 라면에 파송송 투하하면 딱이겠다.
연출해 내는 눈꽃같은 풍경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었다. 동무들 사이에서 어깨 하나는 커서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는 녀석이 눈에 띄었는데, 위풍당당해 보였다. 군계일학이라고 부르기엔
약간 어폐가 있겠지만, 요즘 뜨는 CF 가사를 빌리자면 잘 생겼다.^^
파꽃이 한창이다 보니 얘네들이 연출하는 이런저런 포즈들도 볼 수 있었는데, 솜사탕처럼
생겨 마치 홀씨라도 날릴 것 같은 녀석들도 있고, 껍질을 벗는다는 게 바람 빠진 풍선 모양을
한 애들도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파들 사이로 군데군데 잡초가 자라고 있었는데, 제법
키가 큰데다가 같은 녹색을 하고 있어 처음엔 잘 분간이 안 됐다. 역시 파들의 생명력 못지
않게 잡초들도 이런 대목을 놓치기 어려웠나 보다.
이 정도면 집에서 먹으려 심심풀이로 키우는 게 아닐 것 같은데, 올해 파 값이 어떤지
모르겠다. 농작물은 어떤 땐 너무 헐값을 불러 심는 이들의 의욕을 꺾고, 또 어떤 땐 너무
비싸 사는 이들이 놀라 외면하기도 하는데, 이래저래 이땅에서 농사 짓는 이들의 고민과
시름이 점점 커져 골을 이룬 지 오래다. 서로가 윈윈하며 만족할 수 있어야 하는데,
농사도 어렵지만 그 다음은 더 어려운 것 같은 요즘이다. 어쨌든 파꽃은 아름다웠다.
'I'm wandering > I'm a pedestri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다리와 나무다리 (2) | 2014.06.18 |
---|---|
경치 좋다~아 (2) | 2014.06.12 |
야구 글러브 나무 (2) | 2014.05.26 |
헐떡고개 (2) | 2014.05.24 |
꼬고, 감고, 잠그고, 묶고, 박고 (0) | 2014.05.16 |